디지털세 합의로 한국 정부는 향후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등이 국내에 내는 법인세가 조금 줄어들 수 있지만,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세금 납부가 크게 늘 가능성이 높아서다.

세수 증가가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부분은 디지털세(필라1)와 관련해서다. 국세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 134곳이 2019년 납부한 세금은 2367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 5조3000억원인 네이버가 낸 법인세 45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구글의 앱 거래시장인 플레이스토어의 국내 매출만 2019년 기준 6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구글은 지난해 국내 광고 사업을 기준으로 매출 2201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의 실적만 신고했다.

필라1은 한국 정부가 글로벌 IT 기업에 상당한 추가 세금을 부과할 근거가 된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의 영업이익률이 30% 안팎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각국에 분배될 법인세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간 국내에 고정 사업장이 없어 높은 매출이 발생해도 충분히 과세하지 못했던 거대 글로벌 기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추가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필라1에는 못 미치지만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 역시 세수 증가 요인이다. 국내 법인세 실효세율이 필라2에서 정한 15% 기준보다 높은 만큼 국내 대다수 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2018년 기준 매출 5000억원 이상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8.5%였다.

필라2가 적용되면 국내에 본사를 두고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 국가에 자회사를 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 있다. 해외 자회사에 15% 미만으로 법인세가 저율 과세되면 미달세액만큼을 모회사 과세당국에 납부하도록 한 소득산입규정 때문이다.

법인세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사 및 자회사를 두고 한국 법인의 수익을 이전시키는 애플과 샤넬, 에르메스에도 필라2를 적용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 모회사 소재지의 세율이 낮으면 자회사 소재국에 미달세액을 납부하는 규정도 있어서다. 다만 필라2에 따라 미달되는 법인세를 모회사 또는 자회사 소재 국가로 이전할 때는 각종 비용과 자산 가치를 공제하도록 해 세금 부담 증가는 필라1에 비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아직 논의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필라2 시행 초기의 세수 증대 효과는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사라질 전망”이라며 “각국의 법인세율이 최저한도인 15% 이상에 맞춰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