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남자 68㎏급 올림픽 랭킹 1·2위…상대 전적도 2승 2패
[도쿄 라이벌] ⑩ 이대훈 vs 신든
이대훈(29·대전시청)은 12년째 태권도 국가대표다.

한성고 3학년생이던 2010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부상 위험이 커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격투기 종목에서, 그것도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기량은 물론 철저한 자기 관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대훈의 이력은 화려하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2011년부터 5회 연속 출전해 남자 63㎏급 두 개에 68㎏급 하나를 보태 세 개의 금메달을 땄다.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권도 종목 사상 최초로 3회 연속 금메달(2010·2014년 64㎏급, 2018년 68㎏급)을 목에 걸었다.

[도쿄 라이벌] ⑩ 이대훈 vs 신든
월드그랑프리(GP) 파이널에서는 2015년부터 5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개인 통산 네 번이나 세계태권도연맹(WT) 올해의 남자 선수로도 뽑혔다.

태권도 실력만이 아니다.

이대훈은 패자에 대한 배려 등 경기 외적인 모습에서도 세계 태권도계의 모범이 됐다.

이대훈은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68㎏급에 출전한다.

그는 2012년 런던 대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한국 태권도가 선수가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하는 것은 은퇴한 황경선(2004, 2008, 2012년)과 차동민(2008, 2012, 2016년)에 이어 이대훈이 세 번째다.

이대훈은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땄다.

58㎏급에 출전한 런던 대회에서는 은메달, 68㎏급에 나선 리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태권도 선수가 올림픽에서 체급을 달리해 2회 연속 메달을 딴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대훈이 처음이다.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로는 이대훈이 최초다.

[도쿄 라이벌] ⑩ 이대훈 vs 신든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일찌감치 정상을 밟아본 이대훈은 런던 대회 때부터 올림픽 금메달만 목에 걸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기회를 놓쳤다.

2019년 5월 결혼해 아들도 있는 이대훈에게 도쿄 올림픽이 주는 무게감은 이전과는 또 다르다.

[도쿄 라이벌] ⑩ 이대훈 vs 신든
게다가 다시 대관식에 도전하는 그에게 도쿄 올림픽은 선수로서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승은 더 간절하다.

이대훈은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권도의 좋은 점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게 금메달까지 닿지 못한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운동선수가 분명한 목표를 두고 일등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야지,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자꾸 지는 것이다'라는, 운동도 안 해본 동갑내기 아내의 조언도 이대훈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남자 68㎏급 올림픽 랭킹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이대훈은 마땅한 적수가 없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5년 전 리우에서는 8강에서 복병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8-11로 져 금메달 도전을 멈췄다.

당시 이대훈의 WT 올림픽 랭킹은 2위였고, 스무 살의 아부가우시는 40위에 불과했다.

이대훈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당시 랭킹 1위 자우아드 아찹(벨기에)을 누르고 동메달을 땄지만, 한국 태권도로서는 기대에 못 미친 결과였다.

도쿄에서는 이대훈에 이은 올림픽 랭킹 2위인 영국의 브래들리 신든(23)이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도쿄 라이벌] ⑩ 이대훈 vs 신든

이대훈(183㎝)과 신든(185㎝)은 체격조건은 비슷하다.

이대훈은 신든에게 두 차례 패한 적이 있다.

2018년 9월 대만 타오위안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남자 68㎏급에서 우승한 이대훈은 8강에서 신든과 처음 맞붙어 38-21로 완파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중국 우시에서 열린 월드태권도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시리즈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신든에게 1(4-6), 2(7-8)라운드 모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이후 이대훈이 국제대회에서 당한 첫 패배였다.

2019년 5월에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8㎏급 준결승에서 개최국의 이점을 안은 신든에게 23-24로 역전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목 근육 이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4강까지 올랐던 이대훈은 결국 신든에게 발목이 잡혔다.

[도쿄 라이벌] ⑩ 이대훈 vs 신든
이대훈을 꺾고 결승에 오른 신든은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2017년 무주 대회 63㎏급에서 동메달을 챙겼던 신든은 맨체스터 대회 정상에 오르며 영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대훈은 2019년 12월 모스크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결승에서 신든과 격돌해 41-12로 대파하고 깨끗이 설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