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간판 류한수, 한국 4번째 그랜드슬램 도전
스탠딩 기술 최강 류한수, 그라운드 기술 1인자 스태블러 넘어야
[도쿄 라이벌] ⑪ 류한수 vs 프랭크 스태블러
한국 레슬링은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선수 수급 문제로 국제 경쟁력이 하락한데다, 대표팀은 최근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풍파를 겪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단 두 장밖에 얻지 못했다.

많은 이들은 올림픽 노메달 참사가 나올 수도 있다며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주변의 걱정 속에 그레코로만형 67㎏급 간판 류한수(33·삼성생명)는 스파이크 끈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류한수는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무너진 레슬링의 자존심을 다시 끌어올리겠다고 이를 악문다.

류한수는 오랜 기간 동갑내기 친구 김현우(삼성생명)와 함께 한국 레슬링을 이끌어왔다.

올림픽에서 입상하진 못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2013년, 2017년)나 정상에 서며 세계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다.

아시안게임(2014년·2018년)과 아시아선수권(2015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류한수에게 남은 건 올림픽 금메달뿐이다.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으로서는 4번째로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어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류한수는 도쿄올림픽에서 한을 풀겠다고 다짐한다.

[도쿄 라이벌] ⑪ 류한수 vs 프랭크 스태블러
류한수가 올림픽 정상에 서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독일 국가대표 프랭크 스태블러(31)다.

스태블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3차례 우승, 2차례 동메달을 차지한 이 체급의 최강자다.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그레코로만형 72㎏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한 체급을 줄여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

김영일 레슬링 해설위원은 "스태블러는 경력이 많은 선수지만,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하지 않아 전력 분석을 하기에 껄끄러운 상대"라며 "현재 해당 체급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스태블러의 최대 강점은 그라운드 기술이다.

지구력과 근력이 매우 뛰어난 스태블러는 매트에 엎드려서 펼치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사한다.

도쿄올림픽에선 '파테르'(벌칙을 받은 선수가 매트 중앙에 두 손과 무릎을 대고 엎드리게 한 뒤 상대가 공격하도록 하는 자세)가 부활하는데, 여러모로 그라운드 기술이 좋은 스태블러에게 유리한 환경이 됐다.

반면 류한수에겐 불리하다.

류한수는 맞잡기 등 스탠딩 기술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그라운드 기술은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일 위원은 "스태블러는 분명히 그라운드 기술로 승부를 보려 할 것"이라며 "류한수가 스태블러를 꺾기 위해선 스탠딩 기술로 경기를 끌어가려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도쿄 라이벌] ⑪ 류한수 vs 프랭크 스태블러
류한수는 스태블러와 맞대결을 펼친 경험이 있다.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 무대였다.

당시 류한수는 스태블러에게 1-5로 패하며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스태블러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류한수가 넘어야 할 산은 스태블러 뿐만이 아니다.

이스마엘 보레로 몰리나(29·쿠바), 아르템 수르코프(28·러시아) 등 최근 두각을 보이는 선수들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