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당신이 오는 월요일 10만달러(약 1억1360만원)를 투자한다면 아마존 테슬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가운데 어떤 종목을 선택할 겁니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미국판의 투자·머니 게시판에 이 같은 게시글에 미국 정보기술(IT)·투자은행(IB)업체 직장인들이 격론을 벌였다. 이 질문에 아마존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반면 테슬라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2015년 미국에 진출한 블라인드는 현재 미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상당수가 IT 업체 등에 근무하는 2030 직원들이다.

"테슬라? 차라리 니오를 사라"

4일 미국 블라인드 투자·머니 게시판에는 글로벌 보안업체인 팔로알토 네트웍스 직원의 투자 종목 선호도를 묻는 게시글이 인기를 끌었다. 그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주식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지만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고 싶다. 직감적으로 대형 기술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설문을 진행했다. 252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서 아마존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 32.9%로 가장 많았다. MS(21.4%) 구글(17.1%) 애플(15.9%) 테슬라(12.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테슬라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테슬라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 어떤 방향이든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는 오라클 직원의 주장에 대해 "테슬라가 오르면 다른 빅테크 종목을 앞서기 어렵고, 떨어진다면 다른 종목보다 더 큰 폭의 하락 폭을 보일 것"이라고 그루폰 직원이 반박하기도 했다. SNS 업체인 링크트인 직원은 "테슬라의 독일 공장이 완공된다면 올 연말에 테슬라 주가가 두 배 이상 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베이 직원은 "테슬라는 중국에서 리콜 문제를 겪은 만큼 중국 전기차업체인 니오(NIO)를 매입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테슬라가 안전문제로 중국에서 차량 28만5000대에 대한 리콜을 하는 사이에 ‘중국판 테슬라’로 통하는 니오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니오는 작년 초만 해도 3달러대에 불과했지만 지난 2일 50.4달러에 마감했다.하지만 미국 소프트업체인 서비스나우 직원은 니오에 대해 "너무 비싼 카피캣(모방제품)으로 '사기 논란'에 휩싸인 미국 수소차 업체인 니콜라와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니콜라가 한때 '제2의 테슬라'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과장 광고 의혹으로 주가 상승폭을 상당폭 반납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바 있다.
"테슬라 살 바엔 차라리"…美 2030 직장인이 꼽은 톱픽은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인플레 시대, 반도체·여행·부동산주 담아라"

아마존의 한 직원은 대형 기술주 지수 등락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ETN인 ‘마이크로 섹터 FANG+ 인덱스 3배 레버리지 ETN(FNGU)’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 상품은 지수가 1% 오르면 3배인 3% 이익을 얻지만 1% 내리면 3배인 3% 손실을 보는 고위험 상품이다.

우버 직원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기술주 투자는 좋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면 반도체주 여행주 부동산주 등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했다. 2008년 8월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면 그만큼 미국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기술주를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게 된다.

"차라리 세계 1위 그래픽 반도체업체인 엔비디아를 투자하는 것은 어때"라는 엔비디아 직원의 질문에 게시글을 올린 팔로알토 네트웍스 직원은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 인수작업이 영국 정부에 의해 무산되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작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자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 인수작업을 조사하고 나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