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충남 천안시 신부문화공원에서 열린 '청년당원 배가 캠페인'에 참석, 청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충남 천안시 신부문화공원에서 열린 '청년당원 배가 캠페인'에 참석, 청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난데없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디스’했습니다. 지난 3월 '이준석군' 발언으로 촉발됐다 수면 아래로 들어갔던 두 사람 간의 신경전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대표는 4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토론 배틀‘의 흥행과 관련해 향후 어떠한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보수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탁현민 비서관을 바라보면서 뛰어난 기획자라고 했을 때 나는 일관되게 저분이 방송국에 가면 우수한 PD가 안될 것이라고 얘기해왔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대표는 “감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쪽에 안 왔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호가호위하는 것”이라며 “이제 탁현민 트라우마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탁현민이란 전략가가 있어서 우리가 지고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 프레임과 피해의식을 이번 토론배틀이 완전히 깼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같은 사람이 나타나 우리 선거를 망가뜨리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망상을 무너뜨린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대표와 탁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부지 문제를 놓고 지난 3월 페이스북에서 설전을 벌였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되기 전이었던 이 대표가 "(대통령이) 농사지었다는 것을 안 믿는 이유가, 밀짚모자 쓰고 농사지었다면 탁현민 행정관(비서관)이나 누구나 당연히 홍보에 몇 번 활용하지 않았겠냐"며 선제공격을 날렸습니다. 그는 "백신 수송 훈련과 백신 접종 참관도 홍보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청잘알(청와대를 잘 안다)', '탁잘알(탁현민을 잘 안다)'이다"라고 했습니다. 탁 비서관은 이에 "아마도 이준석군은 대통령의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며 "걱정스럽다.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이 이 정도는 아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다"고 응수했습니다. "이준석군은 2012년 사과 이후로도 바뀌지가 않았다. 반복되는 실수는 세월이 흐르면 삶의 태도가 돼버린다"며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대표가 2012년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문 대통령의 목이 베어진 만화를 페이스북에 링크했다가 사과했던 일까지 거론했던 것입니다. 이에 김준석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야당의 전직 최고위원을 ‘이준석군’이라고 부르며 권력자 행세를 하는 정신 나간 비서를 내쫓는 일이야 말로 ‘대통령의 일’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하는 등 야권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습니다.

탁 비서관은 얼마전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 암호명(코드네임)을 SNS에 공개하는 등 활발한 대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기밀 유출' 논란에 휩싸이는 등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1야당의 수장이 된 이 대표와 야권의 '공적'인 탁 비서관 간의 악연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