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가 현재 여러 의약품에 쓰이고 있는 1900여 개 성분을 일일이 분석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에 적합한 2개 물질을 추려냈다.

4일 의학계에 따르면 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의약품 성분 1917개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이 중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 가능한 약물 2개를 선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6월호에 발표했다. 2개 물질은 류머티즘 치료제로 쓰는 ‘설파살라진’과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하는 ‘프로구아닐’이다.

연구진은 총 5단계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먼저 빅데이터 기술로 코로나19와 관련한 연구 문헌과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가 감염되는 148개 경로를 찾았다. 이후 1917개의 승인 약물 중 이 경로를 제어할 수 있는 약물 200개를 선별했다. 여기에 포함된 ‘알테수네이트’(신풍제약이 개발 중인 피라맥스의 주성분) 등 40개 성분은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30개는 연구자들이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는 물질이다. 한 교수는 “AI로 선별한 물질의 35%가 코로나19와 강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이번 연구의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팀은 이렇게 걸러낸 200개 중 바이러스의 복제와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126개)만 골라냈다. 이 가운데 일산화질소 생성을 막는 약물만 추려냈더니 46개가 남았다. 일산화질소는 바이러스가 유전물질을 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안전하면서도 임상을 진행하지 않는 5개 약물(설파살라진, 프로구아닐, 아데메티오닌, 알로글립틴, 플루사이토신)을 선정했다. 5개 후보 중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여부를 살펴보는 ‘마지막 라운드’를 통과한 약물은 설파살라진과 프로구아닐이었다.

한 교수는 “안전성이 확보된 코로나19 잠재적 치료제를 발굴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며 “바이러스 복제 경로를 중점적으로 고려한 만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