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는 지난 4월에 끝났다. 경제는 이미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크리스토퍼 손버그 비컨경제연구소 파트너)

광범위한 코로나19 백신 배포와 집중적인 재정 부양 덕분에 미국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올 하반기엔 경제성장률이 7%대에 달하면서 연간 기준으로도 1984년(7.2%) 수준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 성장률, 하반기엔 더 빨라질 듯

"美 하반기 성장률 7.3%"…전망치 또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69개 투자은행의 올 상반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를 평균 낸 결과 6.8%로 집계됐다. 올 1분기에 6.4% 성장한 미 경제가 2분기엔 성장에 더 속도를 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작성하는 ‘현재 분기 예측 모델’(GDP나우)은 2분기 성장률이 7.8%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은행들은 올 하반기엔 평균 7.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경제기구와 미 중앙은행(Fed)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높여 잡고 있다. Fed는 지난달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성장률을 3개월 전의 6.5%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영국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는 미 경제가 1984년 기록마저 뛰어넘어 7.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 소비와 기업 투자, 정부 지출 등이 견조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OEF는 올해 미국의 개인 소비가 작년보다 9.5% 급증할 것으로 봤다. 지난 5월 IHS마킷이 예상했던 7.7% 증가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팬데믹 발생 후 누적된 2조달러 규모의 가계 저축이 하반기 소비 시장을 크게 자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 저축률은 올 1분기 21.0%로, 작년 동기(9.6%)보다 두 배 넘게 높아졌다.

고용까지 회복하면 조기 긴축

시장의 관심은 고용 회복 속도에 쏠리고 있다. 경기 회복과 함께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용까지 호조를 보일 경우 Fed에 대한 긴축 압력이 거세질 수 있어서다.

Fed는 2%를 완만하게 웃도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고용에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다. Fed가 주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지난 5~6월 3%를 넘긴 상태다.

통화 당국이 내년 초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2023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고용 시장이 정상화 조짐을 보이면 테이퍼링 시기를 앞당기거나 자산 매입 감축 규모를 늘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Fed가 매달 1200억달러 채권을 매입 중인데, 테이퍼링 시작 후 월 100억달러씩 12개월 동안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대신 더 짧은 기간 동안 150억~200억달러씩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고용시장은 아직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85만 개 늘어나면서 시장 예상(다우존스 기준 70만6000개)을 웃돌았지만 실업률은 전달(5.8%)보다 상승한 5.9%를 기록했다. 6월 실업률은 다우존스의 전문가 집계치(5.6%)도 웃돌았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오는 9월 초부터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완전히 종료되더라도 현재 실업자의 25%는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란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노동력 부족 사태가 올여름을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