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매화나무와
때죽나무 긴 그늘을 베어 세운
작은 솟대
새의 몸이었던
푸른 나이를 기억하므로
노래에 가닿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
그의 사랑과 죽음
슬픔과 기쁨 또한
몸에 들여놓는 것이리
내 안에 봉인된 전생이 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겠다
내가 새의 이전을 알고 있듯이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걷는사람) 中
하나의 솟대에는 무수히 많은 세월이 깃들어 있습니다. 새의 지저귐뿐만 아니라 그림자까지도, 성장뿐 아니라 노화의 시간까지도 말이지요. 한 사람을 바라보는 일 또한 그러합니다. 그의 장점뿐만 아니라 실수까지도, 기쁨뿐 아니라 슬픔까지도 바라보고 포용하는 용기가 필요하곤 합니다. 나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입체적이고 총체적으로 바라보며 좀 더 씩씩하게 시작해보는 하루입니다.
주민현 시인(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