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 MFC에서 로봇이 작동하는 모습. 이 로봇들은 MFC의 맨 윗공간에서 전후좌우로 오가며 물건을 쌓거나 빼낸다.  오토스토어  제공
드라이브스루 MFC에서 로봇이 작동하는 모습. 이 로봇들은 MFC의 맨 윗공간에서 전후좌우로 오가며 물건을 쌓거나 빼낸다. 오토스토어 제공
주부 A씨는 돌이 갓 지난 딸에게 먹일 분유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기 때문에 먼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갈 수 없어 한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을 넣었다. 한나절은 걸릴 듯했던 분유는 그러나 뜻밖에도 1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다. 이 쇼핑몰이 A씨가 사는 동네 인근에서 새로 운영하기 시작한 ‘드라이브스루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micro fulfilment center)’ 덕분이다. 드라이브스루 MFC는 커피, 햄버거 드라이브스루 매장처럼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도 주문한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소규모 스마트 도심 물류센터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소비자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미리 확보해 재고 부족에 따른 시간 지연 문제도 적다. 배송이 획기적으로 빨라질 수 있는 배경이다.

LG CNS(대표 김영섭)가 올 하반기 이런 장점을 갖춘 ‘드라이브스루 MFC’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회사는 “올해 2개 이상을 서울과 지방에 세운 뒤 운용 성과를 봐가며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 기반 MFC로 서울 전 지역 당일 배송

드라이브스루 MFC는 기존 MFC가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저장 공간 부족, 물류 처리 지연 등 기존 MFC가 지닌 한계를 첨단 정보기술(IT)로 해결해 차세대 도심형 스마트 물류 솔루션으로 불린다. 우선 공간 효율이 더 높다.

로봇이 움직이는 맨 윗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물건을 적재할 수 있어 기존 MFC보다 보관 물량이 네 배 이상 많다. 사람과 지게차 등이 지나다닐 공간도 필요 없다. 물건을 쌓고 빼내는 모든 작업을 로봇이 해주기 때문이다. 로봇이 가져온 물건은 MFC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배기사나 주문한 고객에게 전달된다. 자동 주차시스템과 비슷한 구조다. LG CNS는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물류 자동화 로봇업체 오토스토어와 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LG CNS는 앞서 롯데마트의 경기 의왕 물류센터와 부산 물류센터에 오토스토어의 로봇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시범 적용해 운용하는 데 성공했다.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주문 예상 물건의 선확보다. LG CNS는 AI를 활용해 인근 동네 주문 패턴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과 시간을 고려해 주문이 많은 제품으로 드라이브스루 MFC를 채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올 6~8월 생수, 샴푸 등 특정 생필품이 전체 주문물량의 25%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 예측 물량만큼 MFC에 미리 보관해두는 방식이다.

드라이브스루 MFC는 신선 식품 보관 및 배달도 가능하다. 전체 공간의 일부를 냉동(장) 창고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담당 상무는 “MFC 한 개가 반경 5㎞ 정도의 배송을 맡을 수 있다”며 “약 605㎢인 서울 면적을 고려할 때 8~10개 MFC 정도면 주문 후 한두 시간 내 배송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심 곳곳에 늘어난 빈 건물을 MFC로 활용하는 방안은 부동산업계에서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퀵 커머스’ 선점 스마트 솔루션 경쟁 치열

MFC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 경쟁도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MFC의 선두주자는 배달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서울 학동역 인근에 MFC를 처음 구축했다. 11번가와 CJ그룹이 투자한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 스타트업 바로고도 수도권에 MFC를 열 계획이다. 드라이브스루 MFC가 확산될 경우 경쟁이 불가피해지는 대목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넘치는 주문을 외곽 물류센터에서 모두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MFC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비대면 소비 폭증에 따른 ‘총알배송’ ‘등 다양한 방식의 퀵 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