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이 폭염 사태…기후변화가 부른 대형위기

북미뿐 아니라 러시아·인도·이라크·키프로스도 피해

세계적으로 폭염을 둘러싼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뿐 아니라 러시아, 인도, 이라크 등 잇따라 폭염이 발생했다.

폭염은 인간의 생활을 제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하고 있으며 인류의 난제인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CNN 방송은 4일(현지시간) "전례 없는 더위가 수백 명을 숨지게 하고 도시를 파괴했다"며 "기후변화가 북반구를 태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 캐나다 폭염에 수백명 사망…키프로스에선 '최악 산불'
캐나다는 폭염으로 인명피해가 큰 국가로 꼽힌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불볕더위 때문에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산불이 150건 넘게 발생했다.

리사 러포인트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수석 검시관은일주일간 이어진 폭염으로 719명이 돌연사했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북동쪽 소도시 리턴은 지난달 30일 기온이 49.6℃까지 치솟는 등 사흘 연속 캐나다에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리턴 내 대부분 지역이 불에 탔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캐나다 정부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산불을 잡기 위해 군 병력까지 투입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폭염에 따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리건주는 최근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95명으로 집계했고 워싱턴주는 불볕더위와 관련된 사망자를 30여명으로 집계했다.

워싱턴주 보건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1천792명이었고, 이 중 21%가 입원을 해야 하는 환자였다고 밝혔다.

북미 서부에서 폭염의 원인은 차고 더운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화해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생긴 열돔(heat dome)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달 23일 34.8℃를 기록해 6월 기온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시베리아의 농부들은 폭염으로 작물이 죽는 것을 막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북서부 주민 수천만 명이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인도 기상당국은 지난달 30일 수도 뉴델리와 주변 도시들이 극심한 더위를 겪고 있다며 기온이 계속 40℃를 웃돌아 평소보다 7℃ 정도 높다고 밝혔다.

지중해 국가 키프로스에서도 폭염 피해가 발생했다.

키프로스 정부 대변인은 4일 가뭄과 더위의 영향을 받은 대규모 산불로 외국인 농업 근로자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dpa 통신 등이 전했다.

키프로스 산림부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키프로스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라고 말했다.

북극권도 최근 기온이 30℃를 넘을 정도로 치솟았다.

이밖에 최근 중동 국가 이라크는 폭염의 영향으로 수도 바그다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지난 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50℃가 넘는 고온과 전기 시스템 붕괴 등으로 주민들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발생한 산사태도 기후변화와 무관치 않다.

지난 3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2명이 숨지고 약 20명이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폭우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고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 전문가 "폭염 사태 매년 일어날수 있다" 경고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폭염 사태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CNN에 따르면 영국 기상학자 니코스 크리스티디스는 현재 캐나다 남서부와 미국 북서부에서 발생한 폭염의 경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없다면 수만 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이번 폭염 사태는 2100년까지 매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왕립기상학회의 전문가 리브 벤틀리도 "우리는 전례 없는 기온을 보고 있는데 기록이 단지 몇 도 정도 깨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박살 나고 있다"며 급격한 기온 상승을 우려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폭염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일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규정하며 폭염이 피해 규모에 견줘 덜 주목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폭염의 위험성을 신속히 알리는 조기경보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폭염을 피할 대피소를 만들고 건물들도 지붕을 하얗게 칠하거나 외벽에 식물을 조경하는 등 폭염 대응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AFP 통신은 지난달 23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인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다음에 폭염이 세계적으로 대규모 사망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