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가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43)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소속 이모 부장검사가 김씨로부터 고가 명품 시계와 현금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입건된 상황에서 김씨의 뇌물 행각이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직원 명의로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열흘간 빌린 뒤 박 특검 측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특검에 대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이 가능한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부정청탁 금지 대상자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할 경우 처벌받는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도 처벌이 가능하다.

박 특검은 김씨의 ‘포르쉐 제공’에 대해 “정당한 렌트비(250만원)를 지급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박 특검이 아내에게 포르쉐 차량을 사주기 위해 김씨가 소유한 같은 모델의 차량을 시승용으로 빌려 탔으며, 시승비를 직접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경찰은 110억원대 사기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검찰에 송치되기 전인 4월 초 이 부장검사를 비롯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 대변인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부장검사 등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뒤 실제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정·재계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선동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2018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16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86억5000만원을 사기당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친형도 포함돼 있다. 김씨는 정치권 인사 소개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효주/최다은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