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상무(CIO)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점은 전문가도 맞출 수 없고 맞춘다고 장담한다면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 상무는 삼성자산운용에서 첫 여성 주식운용본부장에 오른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전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삼성뉴딜코리아펀드의 설계·책임운용을 맡은 걸로도 유명하다.
애초에 "주식 투자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보고 하는 것"이라는 게 민 상무의 조언이다. 그는 "주식은 가격의 변동성이 있는 자산인 만큼 가격 자체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가격만을 기준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기로 단기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자산이 10년 뒤에 늘어나있기를 바라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종목의 가치는 어떻게 가늠할까. 민 상무는 '세상의 변화에 투자한다'는 운용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좌초자산에만 투자하지 않아도 성공적 투자"라고 했다. 향후 지속될 화두는 '기후변화'를 꼽았다. 민 상무는 "각국 정부가 이미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라며 "탄소를 잔뜩 배출하는 자산이 많다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싼 가치주라 볼 수 없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향후 자동차 산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봤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수소차는 피처폰과 스마트폰처럼 아예 다른 제품군이라는 것이다. 전기·수소차 교체 수요가 투자와 소비를 늘려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민 상무는 "자동차 관련주라고 모두 유망한 게 아니라 전기·수소차로의 전환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기업 간 실적이 매우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등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거나 성공적으로 따라가는 자동차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정책으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눌려 있는 건설 관련주, 쇼티지(공급 부족)로 수요가 이연돼 3분기 실적이 좋을 반도체, 미국에 비해 여전히 싼 플랫폼 기업도 유망 섹터로 꼽았다. 민 상무는 "카카오, 네이버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3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며 "글로벌 1,2위 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넷플릭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했다.
현 상황에서 코스피 지수에 대해서도 과도한 불안감은 가질 필요 없다고 봤다. 민 상무는 "급등락을 반복했던 과거와는 코스피 캐릭터가 바뀌었다"며 "조선, 철강 등 경기민감 대형주가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했던 과거와 달리 플랫폼, 배터리 등이 치고 올라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예전처럼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했다.
민 상무는 주식 하락(다운사이드)뿐만 아니라 상승(업사이드)을 말할 때도 '리스크'라는 표현을 썼다. "내가 안 갖고 있는데 주가가 오르면 기회비용을 날린 셈이기 때문에 리스크"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식 투자 시 가격 리스크는 스스로의 자산 비중으로 조율하는 것"이라며 "방향에 확신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담는 식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