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를 다시 취하면 경제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상승세를 유지하는 신흥국 통화가치가 몇 주 안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금융그룹인 크레디아그리콜CIB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통화지수는 석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상승세를 이끌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러시아 루블화 등의 가치가 떨어지면서다. 두 나라는 모두 델타 변이 유행으로 봉쇄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바스티안 바베 크레디아그리콜 신흥시장전략부장은 “올해 하반기 백신 접종률이 신흥시장 성과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바이러스 확산의 영향은 백신 접종률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16.9%로, 세계 평균인 24%보다 낮다. 백신 접종률이 5.3%에 불과한 남아공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100년 만에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7%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부터 학교 문을 닫고 금주령을 내리는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콜롬비아는 세금 인상을 핵심으로 한 세제 개혁안이 무산되면서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콜롬비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BB+)으로 강등했다. 콜롬비아는 백신 접종률이 11%에 불과해 칠레 멕시코 브라질보다 낮다. 남아공과 콜롬비아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어 통화가치 하락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브라질과 멕시코는 다른 국가에 비해 회복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