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도시와 지방 두 곳에 주거지를 두는 ‘듀얼 라이프’가 확산하고 있다. 인구 감소를 늦추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려는 기업의 지원이 합쳐지면서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별장이 보편화하는 모습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복수 거점을 두고 생활하기를 희망한다’는 일본인 비율이 2018년 11월 14.0%에서 2020년 7월 27.4%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돼 일터의 공간적 제약이 줄어들면서 복수거점 생활이 실현 가능한 선택지가 됐다는 것이다.

듀얼 라이프의 계층과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부유한 장년층의 생활양식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층도 가세하고 있다. 일본 최대 인력중개업체인 리크루트가 복수 거점 생활자 4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연간 수입이 600만엔(약 6100만원) 미만인 사람이 34.4%에 달했다. 연령대도 20~60대에 걸쳐 골고루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곳의 생활공간을 두면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주요 거주지 외에 제2의 생활공간을 월 1회 이상 이용해 거주용 재산으로 인정받으면 재산세를 아낄 수 있다. 가령 연간 30만엔(토지와 건물 평가액이 2000만엔인 재산 기준)이 넘는 곳이 거주용 재산으로 간주되면 재산세가 수만엔으로 줄어든다.

지자체들은 복수거점 생활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지원제도를 내놓고 있다. 나가노현 사쿠시는 복수 거점 생활자에게 월 2만5000엔 한도로 일본 고속철도인 신칸센 승차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치기현 도치기시는 빈집을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을 50만엔 한도로 부담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가 복수 거점 생활자를 유치하면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고 늘어나는 빈집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