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가상에 옮겨놓고 특정조건서 반응만 확인
실시간 모니터링은 컴퓨터 대시보드 등 가상공간에서 현실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현시점의 정보를 가상공간에서 재현할 뿐 현실과 가상세계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간 게 시뮬레이션이다. 현실을 가상에 옮겨 모델을 만들어 놓고, 모델 및 가상 환경의 조건을 변화시켜보는 일이다. 특정 조건에 따라 모델의 반응을 확인하는 작업이어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 모델의 개선점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자체가 현실을 바꾸진 않는다. 일방향이란 얘기다.
반면 디지털트윈은 현실과 가상이 양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현실의 ‘쌍둥이’인 가상 모델이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끊임없이 현실과 비교·대조 작업을 벌인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현실 조건을 가상 모델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온 결론을 현실에 적용한다. 가상과 현실이 서로 ‘최적화 보정작업’을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물류기업이 창고 로봇들의 움직임을 시각화하면 실시간 모니터링 단계다. 로봇이 10개에서 100개로 늘어난 경우를 가정해 가상에서 로봇 동선을 짜본다면 이 단계는 시뮬레이션이다. 로봇들을 가상현실에 옮겨 놓고 로봇 수가 늘어날 때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찾아내고, 이를 현실에 반영한다면 이게 디지털트윈이다.
메타버스는 통상 디지털트윈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쓰인다. 특정 설비만이 아니라 설비를 작동하는 근로자까지 아바타 등으로 가상세계에 재현한 게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에선 현실과 가상세계가 서로 개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만약 가상으로 구축한 도시 한복판에서 교통 체증이 일어날 경우 메타버스 서비스에선 이를 단순 발생 상황으로 그냥 놔둘 수 있다. 반면 디지털트윈은 이 상황을 바탕으로 도시의 교통망을 분석해 개선안을 현실에 반영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