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불량을 검사하는 테스트 핀을 제조하는 이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실적이다. 올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노공업은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대한민국 혁신기업 30’에서 정보기술(IT) 분야 혁신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실적의 힘

거침없는 리노공업…'코스닥 톱10' 눈앞
부산에 본사를 둔 중견기업 리노공업은 10년 전만 해도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00위권 밖에 있었다. 하지만 2019년 11월부터 본격적인 랠리를 시작, 최근 시가총액이 3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38% 넘게 뛰었다. 5일 종가는 2.69% 오른 18만7200원. 시가총액은 2조8534억원에 달한다. 코스닥시장에서 시총 1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실적의 힘이다. 이 회사 영업이익은 2019년 641억원에서 지난해 779억원으로 21% 늘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노공업의 목표주가를 기존 19만원에서 22만원으로 높이면서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5% 증가한 106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주요 업체의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AP)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 예정된 신규 스마트폰 출시 효과가 일부 반영되며 리노공업의 소켓 부문 실적 호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관련 시장 성장도 호재다. 박 연구원은 “오큘러스 퀘스트2 등 가상현실(VR) 신규 디바이스 시장 성장과 함께 리노핀 부문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AP의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리노공업 소켓 판매량이 증가하고 평균 판매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1위 리노핀

리노공업은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1978년 이채윤 회장의 성 ‘이’와 부인의 성 ‘노’를 따 이름 붙인 조그만 회사로 출발했다. 비닐봉투를 생산·판매하다가 헤드폰 부품, 카메라 케이스 등 산업 흐름에 맞춰 사업을 다각화했다. 1980년대 중반 개발한 테스트 핀과 소켓이 성장의 결정적 발판이 됐다. 리노공업은 외국산에 100% 의존했던 테스트 핀과 소켓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테스트 핀은 반도체 검사 장비가 다양한 반도체 칩과 호환되도록 어댑터 역할을 하는 소모성 부품이다. 소켓은 이를 모듈화한 것이다. 기술집약적인 데다 제품의 신뢰성이 바탕이 되는 산업이라 진입 장벽이 높다.

리노공업이 생산하는 테스트 핀인 일명 ‘리노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70%로 독보적 1위다. 이 회장은 “일본산에 비해 제품 가격은 비싸지만 수명이 훨씬 길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며 “고객사들이 다시 리노핀을 찾는 이유”라고 했다. 반도체 검사용 소켓 역시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 IT 디바이스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이 회사의 사훈은 ‘미리미리’다. 산업계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미리 대비하는 경영 전략이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비결이다. 광성공고(현 경성전자고)를 졸업한 뒤 금성사 부산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창업의 길로 들어선 이 회장의 ‘기술 중심주의’도 한몫했다. 리노공업의 조직도에는 기술연구소가 대표이사 직할로 돼 있다.

이 회장은 “연구개발(R&D)에 과감하게 재투자해 기술을 축적하다 보면 점점 경쟁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며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다가 이를 뛰어넘으면 박수를 칠 정도로 짜릿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영학 책이 아니라 기계공학 책을 읽고 지역 대학교수들을 만나 기술 자문을 구하며 경영 전략을 짠다고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