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칼럼입니다.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
[한경 코알라] NFT는 3D TV의 데자뷔가 될 것인가
NFT(대체 불가능 토큰)가 열풍이다. 사회 현상이 되는 것 같고,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정작 사람들에게 NFT가 무엇인지, 지금 소유하고 있는지, 혹은 거래해본 적은 있는지, NFT 마켓에 들어가본 적은 있는지 등을 묻는다면 대부분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2009년 영화 '아바타'가 개봉한 이후, 전 세계 가전제품 제조사들은 3D(3차원) TV를 제작하기 시작하였고, 닌텐도는 그들의 대표 하드웨어인 휴대용 게임기에 3D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한 매체의 가장 많이 본 기술 분야 기사 1위는 팀 버너스리가 WWW(월드 와이드 웹) 소스코드를 NFT화한 것이 540만 달러(약 61억 원)에 판매되었다는 것이다. (비싼 금액으로 느껴지지만, 올 3월 거래된 비플의 6930만 달러에 비하면 8% 수준의 금액이다.)

2009년이 3D 영상 비즈니스가 시작된 원년이라고 한다면, 2021년은 NFT 비즈니스가 시작된 원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에 대한 다양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는 더블록(The block)에서 NFT 시장 거래량을 집계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주요 5개 서비스 중 크립토 키티(Crypto Kitties)를 제외한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크립토펑크(CryptoPunks), NBA 톱샷(NBA TopShot), 소레어(Sorare) 4개 서비스가 2021년부터 활발히 거래되기 시작하였다.

반면, 어두운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NFT 마켓의 거래량과 이용자 수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는 암호자산 가치의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비플의 그림이 팔릴 때, 이미 NFT 시장 전체의 거래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였다. 최근 새롭게 내놓는 NFT들은 더는 이전과 같은 가격으로 팔리지 않게 되었고, 쿼츠(Quartz)는 6월 11일 'NFT 붐이 폭발했다, 일단은(The NFT boom has gone bust — for now)'이라는 선언적인 기사를 게재하기도 하였다.

다시 3D TV 이야기로 돌아가면, 삼성과 LG뿐 아니라 소니와 샤프 등의 일본 기업들까지 열심히 만들던 3D TV는 2017년부터 더 이상 생산되지 않게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시청자의 니즈가 3D 영상보다는 고해상도(4K)와 HDR 등을 선택했다'가 될 것이다. 아바타는 2021년에도 여전히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영화이고, 영화관에서의 3D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지만, 가정에서는 더 이상 3D TV나 콘텐츠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별로 인기도 없었고 임팩트도 없는 3D TV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2010년대 중반 전 세계 가전제품 제조사들이 얼마나 열광적으로 3D TV를 홍보하였는지 이미 잊으신 분이라 생각한다. 3D TV의 유행은 불과 5~6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혹시 NFT는 3D TV의 데자뷔가 되는 것인가?

어떤 '열풍'이 우리의 '일상'이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이다. 만약 커다란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 TV를 볼 수 있었다면? 비싼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디스크가 없었더라도 3D 콘텐츠를 집에서 볼 수 있었다면? 3D 영상에도 HDR과 같은 새로운 영상 기술이 적용되었다면? TV 제조사들의 패널 선택 폭이 조금만 더 넓었다면? 그랬다면 우리는 지금 3D TV로 프로야구를 보고, 블록버스터 드라마는 3D로 제작되고, 영화 또한 3D 위주로 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여기에서 NFT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시점의 NFT는 상당히 불편한 유저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해당 국가의 언어에 최적화되고, 해당 국가의 규제 하에서 제대로 서비스되고 있는 NFT 마켓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각각의 정책을 가진 NFT 마켓들이, 다른 정책을 가진 다른 회사가 제공하는 블록체인 월렛을 연동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본인이 소유한 NFT를 판매하여 수익을 거두었을 경우엔, 이를 법정통화로 바꾸기 위해서 또 다른 암호자산 거래소로 보내고 거기에서 환전을 해야만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송부와 매각의 각 과정마다 큰 금액의 수수료가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할 경우에는 전기까지 대량으로 사용한다는 이야기까지 겹치면, NFT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NFT로 잘 모르는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유명 만화가의 작품이 있다면? 앱 마켓 1위 인기 게임의 희귀 아이템이 NFT화되어 게임 내 거래소에서 거래된다면?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 올리는 것보다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거래하는 NFT 마켓이 나온다면? 지금까지는 '콘텐츠'화될 수 없었던 디지털 '정보'들이 당연하게 콘텐츠화되거나, 혹은 자산화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런 것들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터치 몇 번만 하면 당일에 집에 배송되는 것처럼, 터치 몇 번으로 NFT를 사서 자신의 디지털자산 보관소에 보관할 수 있게 된다면?

이렇듯 누구나 가지고 싶은 콘텐츠가 넘치고, 마켓 자체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지금처럼 일부 아티스트들, 일부 얼리 어답터들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큰 회사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소유하고 이용하고 거래하게 될 것이다.

라인(LINE)은 더 나은 유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라인 블록체인 월렛과 자사가 발행한 암호자산 링크(LINK)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NFT 마켓 베타판을 6월 30일 일본에서 선보였다. 이를 통해 NFT 마켓 이용자들에게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NFT 발행을 통해 새롭고 편리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늘리는 것이 NFT 대중화를 위한 우리의 미션이라고 생각하며 첫 발을 내디뎌 본다.
임인규 LVC주식회사 대표는…

CJ인터넷(현 넷마블)과 NC저팬에서 플랫폼 및 게임사업 전략을 담당했고, NHN저팬에서 일본 만화앱 분야의 임원을 역임했다. 카카오저팬에서는 영상 유통 사업을 맡았다. 게임, 만화, 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중심으로 플랫폼부터 사업까지의 전략 수립 및 사업 책임자를 담당하였다. 2019년 LINE의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LVC에 입사해 2020년 7월부터 대표(CEO)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