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 5천536ha 침수, 1명 사망…곳곳 피해 속출
"순식간에 넘어온 물에 몸만 빠져나와"…물 폭탄 맞은 해남
"비 오는 것이 심상치 않다고 하면서 선뜻 잠이 들었는데 물이 쏟아져 들어와부요.

새벽 3시 좀 넘었는데 순식간에 물이 무릎까지 차올라서 겨우 몸만 빠져나왔소."
6일 오후 만난 전남 해남군 마산면 월곡마을의 김모(80)씨.
40가구, 43명이 사는 아담한 농촌마을이 간밤 내린 비로 물 폭탄을 맞았다.

마을을 흐르는 하천이 범람하면서 새벽녘 물줄기가 마을을 덮쳤다.

70∼80대 어르신이 대부분인 주민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물난리에 경황이 없다는 말만 거듭했다.

다행히 인근 도로 침수 상황에 비상 근무를 하던 면사무소 직원들이 긴급히 출동해 노인들을 이웃 월산마을회관으로 옮기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룻밤 새 300mm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해남군은 곳곳에 수해 피해가 속출했다.

삼산면 대흥사 인근 주택에서는 밤새 내린 폭우로 계곡이 범람해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60대 박모씨가 숨졌고, 가족 3명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대 433.5㎜ 강우량을 기록한 현산면을 비롯해 마산면, 북평면 등에서 이재민 50여 명이 발생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순식간에 넘어온 물에 몸만 빠져나와"…물 폭탄 맞은 해남
물에 잠긴 도로에 해남읍과 삼산면 등지의 곳곳에서 도로가 통제돼 주민들이 고립되기도 해 비가 그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긴급복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마을 저수지와 하천 등이 범람하거나 유실되면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컸다.

여의도 면적의 세배에 이르는 고천암 간척지는 거대한 호수로 변하면서 모내기를 한 지 한 달여 남짓한 어린 모들은 머리끝까지 흙탕물에 잠겼다.

앞으로도 비가 좀처럼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에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벼를 비롯해 농경지 침수는 현재까지 5천536ha에 이르고 있다.

집중호우 예보에 비상 근무를 하는 해남군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명현관 군수가 새벽부터 삼산면 인명피해 현장을 찾아 현장점검을 하는 등 전 직원이 해당 읍면을 찾아 주민 피해 현황을 살펴보고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