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래차 개발은 조직문화 혁신부터
미래 자동차의 지향점은 CASE(연결성, 자율주행, 공유서비스, 전동화)로 요약된다. 정보통신기술(ICT) 및 전자산업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이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애플, 구글 같은 초대형 IT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자동차회사와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과의 제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를 필두로 한 차량 전동화는 친환경 달성의 대세로 자리매김했고, 자율주행 및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스마트폰과 같은 방향으로 급진전하면서 자동차는 이제 ‘이동하는 전자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소프트웨어의 중요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동시에 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로서 반도체를 핵심 부품화하고 있다. 이런 차량의 전기전자화는 필연적으로 유관 자원의 부족 현상을 야기할 것인데, 이는 해당 자원이 다른 산업의 수요와 중복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런 전기전자 관련 자원의 부족 현상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답은 내재화 강화 또는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협업 내지 아웃소싱일 것이다. 최근 자동차산업에서 나타난 몇 가지 예를 자율주행 개발, 그중에서도 핵심인 카메라 센서에 의거한 영상인식 소프트웨어 개발을 예로 살펴보자. 참고로, 해당 분야의 선두 주자는 이스라엘에서 벤처로 출발해 2018년 인텔에 인수된 모빌아이솔루션이다. 모빌아이는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달성해온 점을 감안하면, 절대 강자임에 틀림없다. 현대차, GM, 도요타, 포드 등 상당수 자동차회사가 이를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와 달리 철저한 내재화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로는 테슬라를 들 수 있다. 테슬라의 모델 S, 3, X에 사용된 영상인식 솔루션은 3개의 카메라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했고 이를 실현하는 자율주행 플랫폼인 HW3.0의 시스템온칩(SoC) 반도체 설계까지도 내재화해 삼성전자에 위탁 생산하고 있다. 독일의 다임러벤츠 역시 자체 개발력을 갖추고 일부 기능만을 선별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폭스바겐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조직인 ‘CARIAD(Car, I Am Digital)’를 창설하고, 2025년까지 1만 명 이상의 개발 인력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GM과 현대차는 당분간 모빌아이솔루션을 쓰면서, 합작사인 쿠르즈 및 모셔널에 지속적 투자를 강화해 카메라 이외 센서들과의 통합을 최적화하는 자율주행용 제어기 SoC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미래차의 여러 신기술이 ICT 및 전기전자 분야와 중복되면서 자원(인력, 장비, 재료, 부품 등) 부족 문제는 심화될 것이다. 최근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사태는 이런 커다란 움직임의 서막에 불과하다. 자원 부족에 대한 대처 방안이 내재화, 협업 내지는 아웃소싱, 그 어느 경우가 되더라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조직 문화다. ICT 분야 최고 회사들이 지향해 온 조직문화에는 창의력, 자율성, 민첩성, 유연성, 빠른 소통, 도전적 기술도입이 그 중심에 위치하지만, 자동차산업에서 견지해 온 조직 문화는 수직계열화 중심의 일사불란하면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경직된 측면이 강하다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테슬라의 성공은 이런 자동차산업의 전통적 조직문화를 과감히 탈피한 데에 기초한 것이다.

미래차 신기술, 신사업을 준비하는 여러 조직에서 해당 자원, 특히 개발 인력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자원을 품을 조직의 문화가 ICT 분야에서 쌓아 온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수 개발 인력이 전통적 자동차산업 강자로 선회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 문화, 조직 형태 및 리더십에 대한 근원적 변화 없이는 미래차 신기술 신사업은 ICT사업 강자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