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이르면 오는 19일부터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때가 되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지만 더 이상 봉쇄 상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신 접종 후 치사율이 줄면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봉쇄 해제 근거가 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남아 있는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모두 풀겠다고 발표했다. 봉쇄 해제 시점은 12일 발표하는데 이전에 예고한 대로 19일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실내에서도 마스크 없이 생활할 수 있고 실내 6명, 실외 30명으로 정해진 모임 제한 규정이 사라진다. 결혼식 장례식 영화관 콘서트장 등의 입장 인원을 제한하지 않고 코로나19 유행 후 휴업하던 나이트클럽도 문을 연다.

노동당과 일부 과학자들은 무모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존슨 총리도 당장 2주 뒤 확진자가 두 배로 늘고 사망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정부 규제 대신 개인 책임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존슨 총리는 “지금 봉쇄를 풀지 않으면 겨울 독감 시즌이 지나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2만7334명으로 최근 1주일간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입원 환자는 24% 늘었다. 신규 사망자는 9명이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영국 성인의 64%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확진자 60명 중 1명이 사망했던 영국에선 최근 1000명당 1명 정도가 숨진다. 2%에 가까웠던 치명률이 0.1%로 떨어졌다.

미국에선 코로나19 사망자 대다수가 백신 미접종자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지난달 사망자의 99.2%가 백신을 안 맞았다”고 했다. 사람마다 면역 반응이 달라 접종 후에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있지만 사망자 상당수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AP통신은 지난 5월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백신 접종자는 0.8%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지역별 백신 접종률 격차가 뚜렷한 미국이 두 개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코비드액트나우에 따르면 아칸소 네바다 미주리 등 12개 주는 백신 접종률이 낮고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고위험 지역이다. 워싱턴 뉴욕 캘리포니아 등 36개 주는 중위험, 매사추세츠 버몬트 등 2개 주는 저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최근 1주일간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선 인구 10만 명당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접종률이 높은 곳에선 2.2명이 확진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