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회사들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최저금리를 인하하며 고신용자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7일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가는 만큼 저신용자 대상 대출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고신용자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론 최저금리 잇단 인하…카드사, 高신용자 유치 경쟁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1일 카드론 금리를 연 4.5~19.5%로 하향 조정했다. 최저금리를 연 5.5%에서 이달부터 1%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도 최근 카드론 최저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신한카드는 연 5.36%에서 5.30%로, 롯데카드는 연 4.95%에서 4.90%로 내렸다. 삼성카드도 현재 연 5.9%에 달하는 카드론 최저금리를 연 4%대로 인하할 계획이다.

다른 카드사들 역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신용등급 1등급 기준 연 2~3%대)와 1~2%포인트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 카드론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 연 3.9%의 카드론 상품을 내놨다. 우리카드의 카드론 최저금리는 연 4.0%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 현상으로 고신용자의 대출 수요가 넘쳐나지만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돼 시중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며 “카드론의 이자율을 낮춰 이들을 흡수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신용점수가 아무리 낮아도 연 20%를 넘는 대출 금리를 받을 수 없게 된 것도 카드사들이 고신용자를 공략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카드업계에 카드론 등 대출총량 증가율을 관리하라고 구두로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 수준이지만 모든 카드사가 대출총량 증가율을 전년 대비 5~6% 안팎으로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론 총량이 무한정 늘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우량고객에 주력하면 저신용자의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저신용자의 카드론 진입장벽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