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연고점을 다시 쓴 코스닥의 5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연고점을 다시 쓴 코스닥의 5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코스닥 시장이 펄펄 날고 있다. 지난주부터 코스닥이 6거래일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며 3거래일 연속 장중·종가 기준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한 언택트(비대면) 테마주들이 상승세를 주도한 가운데, 이달 들어서는 올해 강세장에서 소외됐던 바이오 테마에도 온기가 돈 결과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닥은 지난 2일 대비 9.15포인트(0.88%) 오른 1047.3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048.16까지 오르기도 했다. 앞서 코스닥은 지난 1~2일에도 장중·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이번 상승 랠리 전의 장중 최고치는 4월19일의 1032.64였고, 종가 기준 최고치는 4월20일의 1031.88이었다.

이번 코스닥의 상승 랠리는 언택트 테마주들이 주도했다. 게임기업들의 호재와 메타버스 확산 기대감에 온라인 교육 기업들의 주가도 치솟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전일 7만6000원으로 마감돼 코스닥 랠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25일의 5만5800원 대비 36.20% 올랐다. 지난달 29일 서비스가 개시된 신작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이 출시 직후엔 애플 앱스토어에서, 이달 2일엔 구글 플레이에서 각각 매출 1위를 기록한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펄어비스 주가도 지난달 25일부터 전일까지 29.95% 올랐다.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에서 신규 게임 허가증(판호·版號) 발급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전한 영향이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7년 이후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에 대해 판호를 내주지 않아오다가, 작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에 3년9개월만에 판호를 내줬고 이번에 검은사막 모바일까지 이어졌다.

코스닥 종목 중 지난달 25일 이후 상승률 상위에는 아이비김영(4위·54.86%), 캐리소프트(7위·45.25%) 등 온라인교육기업도 자리하고 있다. 최근 여야의 대권 주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대권 출마 선언을 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메타버스 생태계가 구축된 뒤 수혜가 기대되는 온라인교육기업의 주가도 따라 올랐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온라인 교육기업들 외에도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한컴MDS(6월25일 이후 상승률 35.63%), 인트로메딕(27.47%) 등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인트로메딕은 이달부터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밝혀온 싸이월드의 운영사 싸이월드제트(Z)의 주요 출자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메타버스 테마에도 속하게 됐다. 다만 전일로 예정됐던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는 약 한달 뒤로 미뤄졌다.

언택트 기업들이 지수의 하단을 다져놓은 뒤 이달 들어서는 바이오 테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오 섹터는 코스닥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한동안 소외돼 있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전일까지 코스닥 제약지수는 1만2989.38에서 1만3828.98로 6.4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상승률인 3.48%를 압도한다.

보통 3분기는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비수기로 불린다. 연구 성과를 발표할 학회가 많지 않다보니 호재가 나타날 기회가 없어서다. 그럼에도 바이오주는 상승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전일까지 상승률 상위에 포함된 바이오기업은 한국비엔씨(5위·48.27%), 피에이치씨(8위·43.85%), 나이벡(10위·42.33%), 바이오니아(12위·41.46%), 아이진(15위·35.95%), 올리패스(17위·35.04%), 서린바이오(20위·31.22%) 등이다.

이들 바이오 기업들은 대부분 코로나19 테마에 속해 있다. 때문에 최근의 바이오주 상승을 순환매 성격으로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의 변화보다는 순환매 이슈로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비엔씨는 안트로퀴노놀이라는 물질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피에이치씨는 관계사인 필로시스가 코로나19 중화항체를 활용한 진단키트 수출에 나섰다는 소식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바이오니아는 진단키트와 리보핵산(RNA)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나이벡, 아이진, 올리패스, 서린바이오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 및 개발과 관련돼 있다.

허혜민 연구원은 “이달 변수를 예측하기 어려우나 상반기에 이미 임상 중단·실패 이슈들이 반영돼왔고, 뚜렷한 악재가 보이지 않아 하락보다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며 “기술이전, 인수·합병(M&A), 서프라이즈 데이터 등 펀더멘털 부분에서 레벨업 요소가 나올 경우 촉매제가 돼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