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도시 재생, 두 마리 토끼 잡을 서울시 공공기획 [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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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민간정비사업 활성화 기틀 마련하는 '공공기획'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전제 돼야 사업성 높아
민간정비사업 활성화 기틀 마련하는 '공공기획'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전제 돼야 사업성 높아
지난 4월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민간정비사업의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선거 직후부터 재건축단지들의 가격이 올랐습니다. 사실상 기대심리말고는 다른 요인을 찾아보기 힘든 결과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4월 말에는 서울의 주요 4개 정비사업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습니다. 이런 조치는 탁월한 전략적 판단으로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재건축 안전진단처럼 서울시의 권한을 넘어서는 사안들이 여럿이지만, 내년으로 예정된 대선과 지방선거가 지금의 여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잠시 템포를 늦추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종전과 달리 이번 토지거래허가제의 목적은 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후 5월26일에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 6대 재개발 규제완화’가 발표됩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공공재개발 등과 대립각을 세울 것 없이 ‘민간정비사업에 공공의 참여가 믹스(mix)된 방식의 재개발(정비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정비사업이 더욱 필요한 노후·낙후지역은 아무래도 ‘재건축 단지’보다는 ‘재개발 지역’이고, 멸실주택수를 넘어서는 주택공급확대에는 재개발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에 이런 내용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재건축단지보다 재개발지역의 주거환경여건이 악화된 경우가 많기에 우선순위로 보더라도 적절한 판단입니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기획’의 도입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왔던 공공재개발의 서울시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간정비사업에 공공이 참여하는 기존 공공재개발의 사업모델에서는 공공의 주체가 중앙정부(LH 등)로 한정된 반면, 공공기획에서는 지자체도 공공의 주체가 된다는 점은 획기적인 사안입니다.
상식적으로도 특정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은 것은 중앙정부보다는 해당 지자체이기에, 추후 공공기획모델이 정립되고 타 지자체들로 확산된다면 지방도시의 구도심재생에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공공기획에서는 재개발조합에게 용적률 상향처럼 별도로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없지만, 동시에 임대주택 비율이나 기부채납을 늘리는 식의 반대급부도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공재개발과 차별화됩니다. 사업신청단계의 주민동의율 요건이 30%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즉 기존의 공공재개발처럼 ‘공공의 개발이익 환수’같은 개념없이, 민간자체로 사업추진이 어려운 지역은 주민신청을 전제로 공공이 돕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정비사업지의 주민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비사업에서는 사업기간만 단축되더라도 그 자체가 사업성 상향으로 직결됩니다. 소규모 재개발에서는 층수완화를 허용하고 공공기여(기부채납)를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공공의 참여로서 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까지 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6월17일에는 시가지의 보존에 집중되었던 기존의 도시재생에 재개발이라는 정비사업방안을 추가하는 내용의 ‘2세대 도시재생’이 발표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도시재생의 유형을 ‘주거지 재생’과 ‘중심지 특화재생’으로 단순화하고, 도시재생의 목적과 규모 등에 따라 6가지의 실행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역주민들이 정비사업을 희망하는 곳에 한해, 대상지 상황에 따라 대규모 재개발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이 허용됩니다. 이는 공공이 아닌 민간주도의 개발로 추진되는데, 앞서 발표된 서울시의 공공기획이 빠른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역할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서로 연계됩니다.
본래 도시재생의 범위에는 재개발과 재건축이 포함되지만, 그간의 도시재생정책은 재개발/재건축을 배제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서울시의 ‘2세대 도시재생’ 방침은 ①노후도심의 재생과 ②주택공급확대 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다만 개발보다 기존 경관과 시가지의 보전을 중시한 기존의 도시재생은, 정비사업에 의해 기존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친서민 정책’의 면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이는 서울시의 2세대 도시재생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기도 합니다.
6월 말에는 재건축에도 공공기획을 도입하는 방안이 공식화됐습니다.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서울시가 참여해 사업기간을 단축한다는 골자는 재개발과 재건축에서 모두 동일합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9월에 공공기획을 포함한 ‘재건축 정상화 및 규제완화 방안’이 발표될 예정입니다(다만 여기에는 공공기여가 큰 단지들일수록 재건축추진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시의 ‘공공기획’은 기존의 공공재개발·재건축, 2·4대책의 노후도심 정비사업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정비사업을 촉진하는 방안이기에 기대가 큽니다. 무엇보다도 정비사업의 관건은 주민동의와 사업성인데 공공기획은 신청동의율이 낮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공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긍정적입니다.
물론 추후 공공기획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이 필연적입니다. 설령 지금이 아닌 먼 미래시점에서 정비사업을 실행하더라도 가격상승은 동일하게 발생할 것은 예상가능한 사안입니다.
더구나 꾸준한 주택공급이 기반이 되어야만 부동산시장의 안정도 기대할 수 있기에 그 과정에서의 가격상승은 감수해야할 부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공기획을 주택공급확대를 통한 부동산시장의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목표를 실현하는 하나의 시도로서 추진하고 보완해가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이 때문인지 4월 말에는 서울의 주요 4개 정비사업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습니다. 이런 조치는 탁월한 전략적 판단으로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재건축 안전진단처럼 서울시의 권한을 넘어서는 사안들이 여럿이지만, 내년으로 예정된 대선과 지방선거가 지금의 여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잠시 템포를 늦추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종전과 달리 이번 토지거래허가제의 목적은 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후 5월26일에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 6대 재개발 규제완화’가 발표됩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공공재개발 등과 대립각을 세울 것 없이 ‘민간정비사업에 공공의 참여가 믹스(mix)된 방식의 재개발(정비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정비사업이 더욱 필요한 노후·낙후지역은 아무래도 ‘재건축 단지’보다는 ‘재개발 지역’이고, 멸실주택수를 넘어서는 주택공급확대에는 재개발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에 이런 내용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재건축단지보다 재개발지역의 주거환경여건이 악화된 경우가 많기에 우선순위로 보더라도 적절한 판단입니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기획’의 도입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왔던 공공재개발의 서울시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간정비사업에 공공이 참여하는 기존 공공재개발의 사업모델에서는 공공의 주체가 중앙정부(LH 등)로 한정된 반면, 공공기획에서는 지자체도 공공의 주체가 된다는 점은 획기적인 사안입니다.
상식적으로도 특정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은 것은 중앙정부보다는 해당 지자체이기에, 추후 공공기획모델이 정립되고 타 지자체들로 확산된다면 지방도시의 구도심재생에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공공기획에서는 재개발조합에게 용적률 상향처럼 별도로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없지만, 동시에 임대주택 비율이나 기부채납을 늘리는 식의 반대급부도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공재개발과 차별화됩니다. 사업신청단계의 주민동의율 요건이 30%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즉 기존의 공공재개발처럼 ‘공공의 개발이익 환수’같은 개념없이, 민간자체로 사업추진이 어려운 지역은 주민신청을 전제로 공공이 돕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정비사업지의 주민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비사업에서는 사업기간만 단축되더라도 그 자체가 사업성 상향으로 직결됩니다. 소규모 재개발에서는 층수완화를 허용하고 공공기여(기부채납)를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공공의 참여로서 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까지 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6월17일에는 시가지의 보존에 집중되었던 기존의 도시재생에 재개발이라는 정비사업방안을 추가하는 내용의 ‘2세대 도시재생’이 발표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도시재생의 유형을 ‘주거지 재생’과 ‘중심지 특화재생’으로 단순화하고, 도시재생의 목적과 규모 등에 따라 6가지의 실행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역주민들이 정비사업을 희망하는 곳에 한해, 대상지 상황에 따라 대규모 재개발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이 허용됩니다. 이는 공공이 아닌 민간주도의 개발로 추진되는데, 앞서 발표된 서울시의 공공기획이 빠른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역할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서로 연계됩니다.
본래 도시재생의 범위에는 재개발과 재건축이 포함되지만, 그간의 도시재생정책은 재개발/재건축을 배제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서울시의 ‘2세대 도시재생’ 방침은 ①노후도심의 재생과 ②주택공급확대 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다만 개발보다 기존 경관과 시가지의 보전을 중시한 기존의 도시재생은, 정비사업에 의해 기존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친서민 정책’의 면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이는 서울시의 2세대 도시재생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기도 합니다.
6월 말에는 재건축에도 공공기획을 도입하는 방안이 공식화됐습니다.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서울시가 참여해 사업기간을 단축한다는 골자는 재개발과 재건축에서 모두 동일합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9월에 공공기획을 포함한 ‘재건축 정상화 및 규제완화 방안’이 발표될 예정입니다(다만 여기에는 공공기여가 큰 단지들일수록 재건축추진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시의 ‘공공기획’은 기존의 공공재개발·재건축, 2·4대책의 노후도심 정비사업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정비사업을 촉진하는 방안이기에 기대가 큽니다. 무엇보다도 정비사업의 관건은 주민동의와 사업성인데 공공기획은 신청동의율이 낮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공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긍정적입니다.
물론 추후 공공기획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이 필연적입니다. 설령 지금이 아닌 먼 미래시점에서 정비사업을 실행하더라도 가격상승은 동일하게 발생할 것은 예상가능한 사안입니다.
더구나 꾸준한 주택공급이 기반이 되어야만 부동산시장의 안정도 기대할 수 있기에 그 과정에서의 가격상승은 감수해야할 부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공기획을 주택공급확대를 통한 부동산시장의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목표를 실현하는 하나의 시도로서 추진하고 보완해가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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