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3일 3박 4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3일 3박 4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처음으로 통화하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은 북한 정권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중국의 보다 큰 역할을 강조한 반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중 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시각차를 노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양국 대북특별대표 간 통화에 대해 묻는 질문에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이 단독으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일과 같은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대북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있다”며 “중국은 명백히 북한 정권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덧붙였다. 북한 비핵화에 있어서 중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미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날 김 대표와 류 대표 간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고 “류 대표가 미국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관심 사안을 중시하고 남북한 화해·협력 노력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북한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진’ 방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단계적이며 동시적인 원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북 대화 부진의 책임을 적극적인 대북 유인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돌린 것이다.

미 국무부가 이날 “북한의 건설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미국은 김 대표가 서울에서 북한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것처럼 북한에 대화 제의를 계속 해오고 있었다”며 “중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는 미국이 지금보다 더 해야 한다고 말해 양국이 의견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