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언론인 통해 여야 정치인 등 인맥 넓혀

이른바 '오징어 투자 사기'로 116억원의 사기행각을 벌인 수산업자 김모(43·구속)씨가 관리한 유력 인사들의 명단이 일부 공개되면서 그의 인맥형성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한때 '생계형 잡범'에 불과했던 김씨가 검찰과 경찰을 비롯해 정치권, 언론계 등 각계의 유명 인사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데는 공신력 있는 인물들의 꼬리를 문 소개가 있었다.
검경·정치권·언론계까지…수산업자 '거미줄 인맥'
◇ 인맥의 시작점은 언론인 출신…거물들 소개받아
7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김씨 인맥의 출발점은 교도소 수감 시절 인연을 맺은 언론인 출신 송모(59)씨다.

김씨는 2017년 12월 30일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이후로도 송씨와 인연을 이어가며 그 친분을 토대로 '거물'들을 소개받았다.

부산지역 일간지와 서울의 월간지 기자 출신인 송씨는 경북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그는 오랜 기자 생활을 통해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각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변변한 직업 없이 생계형 사기를 일삼던 김씨는 송씨를 만난 이후 날개를 달았다.

송씨는 김씨에게 김무성 전 의원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과도 안면을 트고 선물을 보내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근했다.
검경·정치권·언론계까지…수산업자 '거미줄 인맥'
◇ 비정치권까지 전방위 인맥 쌓아
김씨는 송씨로부터 소개받은 이들을 발판삼아 정치권을 넘어 검찰과 경찰, 언론계까지 전방위로 인맥 쌓기에 나섰다.

김 전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김씨에게 소개했다.

이 전 위원은 김씨가 경남지사 출신 홍준표 의원과 포항이 지역구인 김정재 의원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김씨를 만난 뒤 수상하게 느껴 거리를 뒀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특검은 김씨에게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를 소개했다.

박 특검은 "송씨를 통해 수산업을 하는 청년사업가라며 김씨를 소개받았고, 포항지청으로 전보된 이 부장검사를 김씨에게 소개했다"고 했다.

김씨는 박 특검에게 포르쉐 렌터카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에 박 특검은 렌트비 250만원을 추후 김씨 측에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돼 최근 경질된 전 포항 남부경찰서장 배모 총경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총경과 주 의원은 고교 동문이다.

김씨는 송씨가 특임교수를 지낸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 2명에게도 접근해 오징어 사기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전 논설위원·엄성섭 TV조선 앵커·이 전 부장검사·배 총경 등 4명을 김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아직 입건되지 않은 일간지와 종합편성채널 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살펴보는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정관계 인사와 일반인 등 최소 20여명에게 선물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안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김씨는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매매사업 명목으로 피해자 7명으로부터 투자금 116억여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구속기소 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그의 인맥을 만들어 준 전직 언론인 송씨,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등도 포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