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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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이 고인의 채무 사항 등 사생활을 공개한 행위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7일 "해경이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실종 동기의 정황으로 고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공개하고, 피해자를 정신적 공황 상태라고 표현한 행위는 피해자·유족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앞서 숨진 공무원 이모씨의 유족은 지난해 11월 "해경은 민감한 개인신상에 대한 수사 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에게는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버지를 뒀다는 낙인이 찍혔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그동안 해경 측은 "언론에서 피해자의 채무·도박에 관한 의혹 제기가 있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확인해줄 필요가 있었다"며 "이씨의 도박 횟수·금액·채무 상황을 밝힌 것은 월북 동기를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설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개 목적의 정당성, 공개 내용의 상당성 등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대한 공개가 당연시될 수 없다"며 해경 측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실종 동기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수사의 필요성과 수사의 공개 대상은 완전히 별개"라며 "고인의 경제적 상황 등에 대한 내용은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경의 발표 내용이 객관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경이 발표한 이씨의 채무 금액은 이후 수사에서 확인된 액수와 차이가 있었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해경의 발표 내용에 관해서는 "피해자의 월북 가능성에 대한 자문에서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라는 의견은 있었으나, 일부 전문가의 자문의견이기 때문에 공정한 발표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인권위는 이날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에게 윤성현 수사정보국장과 김태균 형사과장을 경고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최종 책임자인 김 청장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중간 관리자들에 대한 경고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북을 계속 감행하면 사살하기도 한다'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김 청장 등과 같이 진정이 제기됐으나 인권위는 "단순한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각하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