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해태제과의 만두 시장점유율은 10% 안팎. 풀무원에도 밀려 시장점유율 3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비해 비비고만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단일 품목 연 매출 1조원의 벽을 넘어선 ‘메가 히트’ 상품으로 성장했다. 10년 사이 비비고만두와 고향만두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만두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들은 “만두는 과학”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손바닥보다 작은 만두 한 알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사적 연구 역량을 집중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소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고기와 채소를 갈지 않고 칼로 써는 공정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더 얇고 쫄깃한 만두피를 만들기 위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34년 전통의 고향만두가 ‘원조의 맛’을 강조하는 동안 비비고만두는 끝없이 진화 중이다.
비비고만두와 고향만두는 마케팅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에게 식품이 더 이상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시작한 ‘제1의 본부장 왕교자 왕팬을 찾습니다’ 프로젝트는 이 같은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난 마케팅 이벤트다. 만두 마니아를 타깃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선발 과정을 전달하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비비고만두를 하나의 놀이문화로 향유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마트에서 할인율을 높여 파는 게 전부인 고향만두와는 차원이 다른 마케팅 전략이다.
해태제과는 최근 비비고만두를 잡겠다며 고향만두의 프리미엄 브랜드 ‘명가 고향만두’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다. ‘34년 노하우’ ‘차별화된 원조기술력’ ‘최고급 재료’ 등 거창한 홍보 문구로 포장했음에도 고향만두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그저 ‘싸고 양 많은 만두’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태제과가 옛 영광을 회복하고 싶다면 비슷한 제품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장해 판매하는 ‘얕은 꼼수’부터 거두는 게 최선일 듯싶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