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만두와 고향만두가 다른 길 걷게 된 이유 [박종관의 食코노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금은 흔히 ‘냉동만두’ 하면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원조는 고향만두다. 해태제과가 1987년 처음 선보인 고향만두는 2013년 비비고만두가 나오기 전까진 만두 시장의 독보적인 1인자였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해태제과의 만두 시장점유율은 10% 안팎. 풀무원에도 밀려 시장점유율 3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비해 비비고만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단일 품목 연 매출 1조원의 벽을 넘어선 ‘메가 히트’ 상품으로 성장했다. 10년 사이 비비고만두와 고향만두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만두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들은 “만두는 과학”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손바닥보다 작은 만두 한 알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사적 연구 역량을 집중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소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고기와 채소를 갈지 않고 칼로 써는 공정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더 얇고 쫄깃한 만두피를 만들기 위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34년 전통의 고향만두가 ‘원조의 맛’을 강조하는 동안 비비고만두는 끝없이 진화 중이다.
비비고만두와 고향만두는 마케팅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에게 식품이 더 이상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시작한 ‘제1의 본부장 왕교자 왕팬을 찾습니다’ 프로젝트는 이 같은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난 마케팅 이벤트다. 만두 마니아를 타깃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선발 과정을 전달하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비비고만두를 하나의 놀이문화로 향유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마트에서 할인율을 높여 파는 게 전부인 고향만두와는 차원이 다른 마케팅 전략이다.
해태제과는 최근 비비고만두를 잡겠다며 고향만두의 프리미엄 브랜드 ‘명가 고향만두’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다. ‘34년 노하우’ ‘차별화된 원조기술력’ ‘최고급 재료’ 등 거창한 홍보 문구로 포장했음에도 고향만두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그저 ‘싸고 양 많은 만두’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태제과가 옛 영광을 회복하고 싶다면 비슷한 제품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장해 판매하는 ‘얕은 꼼수’부터 거두는 게 최선일 듯싶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해태제과의 만두 시장점유율은 10% 안팎. 풀무원에도 밀려 시장점유율 3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비해 비비고만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단일 품목 연 매출 1조원의 벽을 넘어선 ‘메가 히트’ 상품으로 성장했다. 10년 사이 비비고만두와 고향만두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만두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들은 “만두는 과학”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손바닥보다 작은 만두 한 알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사적 연구 역량을 집중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소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고기와 채소를 갈지 않고 칼로 써는 공정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더 얇고 쫄깃한 만두피를 만들기 위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34년 전통의 고향만두가 ‘원조의 맛’을 강조하는 동안 비비고만두는 끝없이 진화 중이다.
비비고만두와 고향만두는 마케팅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에게 식품이 더 이상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시작한 ‘제1의 본부장 왕교자 왕팬을 찾습니다’ 프로젝트는 이 같은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난 마케팅 이벤트다. 만두 마니아를 타깃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선발 과정을 전달하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비비고만두를 하나의 놀이문화로 향유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마트에서 할인율을 높여 파는 게 전부인 고향만두와는 차원이 다른 마케팅 전략이다.
해태제과는 최근 비비고만두를 잡겠다며 고향만두의 프리미엄 브랜드 ‘명가 고향만두’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다. ‘34년 노하우’ ‘차별화된 원조기술력’ ‘최고급 재료’ 등 거창한 홍보 문구로 포장했음에도 고향만두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그저 ‘싸고 양 많은 만두’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태제과가 옛 영광을 회복하고 싶다면 비슷한 제품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장해 판매하는 ‘얕은 꼼수’부터 거두는 게 최선일 듯싶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