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새끼 백로 있는데 간벌…어린 생명 목숨 잃어"
청주시 "소음·악취 민원 빗발쳐 둥지 없는 나무 베어내"
"하필 번식기에…" 청주 송절동 백로 서식지 간벌 갈등
청주시가 흥덕구 송절동 백로 서식지를 훼손해 어린 백로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7일 보도자료를 내 "청주시가 민원을 이유로 청주에서 유일하게 남은 송절동 백로 서식지를 번식기에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끼 백로들이 아직 둥지에 있는 상황에서 간벌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이라며 "백로와 주민들의 공존을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소음과 악취 관련 민원이 빗발쳐 어쩔 수 없었다"며 "서식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5일 수천 그루의 나무 중 둥지 없는 30그루를 골라 잘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주 흥덕구 송절동 인근의 8천㎡에 달하는 소나무 숲은 오래된 백로 서식지다.

그러나 2016년 70∼80m 떨어진 곳에 아파트촌이 형성되면서 아파트 주민과 백로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주민들은 새벽까지 들리는 백로 울음소리와 바닥에 널린 사체와 배설물 악취로 불편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청주시가 갈등 해결을 위해 서식지에 대한 환경정화 활동을 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백로가 둥지를 틀지 못하게 간벌할 경우 이들이 날아간 다른 지역에서 같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앞서 청주시는 2015년 서원구 수곡동 청주남중학교 잠두봉에서 소나무 120그루를 베어 백로 서식지를 없앤 적이 있다.

터전을 잃은 백로 떼는 1㎞가량 떨어진 서원구 모충동 서원대 여학생 기숙사로 자리를 옮겼다.

청주시는 또다시 이 숲을 간벌해 서식지를 없앴지만, 백로 떼는 송절동의 원래 서식지로 다시 모여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