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두고 중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비상장법인은 PEF 출자자(LP)로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바람에 기관투자가나 상장사의 주목을 덜 받는 중소형 PEF는 ‘돈줄’이 막히게 됐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펀드를 운용 방식에 따라 경영참여형(바이아웃)과 전문투자형(헤지펀드) 사모펀드로 나눠 규제하던 종전 방식 대신 기관투자가 전용 사모펀드와 일반투자자용 사모펀드로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뒤 논의를 거쳐 지난달 23일 기관투자가에 대한 정의 등을 담은 세부사항을 발표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인 PEF는 당초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막상 개정안 내용이 나오자 대형 PEF와 중소형 PEF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세부사항에선 금융투자잔액이 100억원을 넘는 ‘주권상장법인(코넥스 제외)’이 아닌 비상장 법인 등은 기관 전용 사모펀드에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소형 PEF가 반발하는 것은 비상장법인의 자금이 중소 PEF의 성장에 ‘디딤돌’이 돼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PEF에 출자하는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 캐피털 등 주요 기관 수는 어림잡아 70~80여 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기존 투자성과(트랙레코드)가 미미한 신생 PEF에 출자하는 곳은 10여 곳에 그친다.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금액도 100억원 미만인 경우가 많다.

중소형 PEF A사 대표는 “트랙레코드가 많지 않은 신생 PEF들이 자금을 구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라며 “종전에는 기존 투자에 참여했던 업체 등 관계가 깊은 기업을 중심으로 모자라는 자금을 20억~30억원씩 채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LP 몇 곳에 줄을 서서 돈을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난감해했다.

B사 대표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자금을 따내기 쉬운 대형 PEF만 살아남고 중소형 PEF의 성장 경로는 사라지게 됐다”며 “대형 PEF들이 시장 경쟁을 줄이기 위해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라임 사태 재발 방지라는 큰 목표를 고려했을 때 비상장법인 출자를 열어주면 온갖 ‘우회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또 “비상장법인이라 하더라도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서고 싶다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PEF와 공동 투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소형 PEF들은 “SPC를 통한 공동 투자와 LP 참여는 차이가 크다”며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져 기업 경영을 원만하게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분쟁이 생길 여지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C사 대표는 “경영권을 매각한 측에서 해당 PEF에 일부 자금을 재투자하는 길도 막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반투자자를 위한 사모펀드로 성격을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기관과 일반 자금을 ‘섞어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종전에 기관자금 일부, 비상장법인 일부 자금으로 중소형 딜을 해온 PEF들로서는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

중소 PEF들은 비상장법인 출자를 일률적으로 막지 말고 비상장법인의 규모와 출자금 비중, 출자에 이르게 된 경위(매각대금 재유치) 등을 고려해 규제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D사 대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소형 펀드의 고사를 의도한 게 아니라면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민지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