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면서도 윤리 문제에선 자유로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 확보에 국내 세포치료제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도 iPSC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 경쟁에 가세했다.

iPSC 치료제 개발 뛰어든 기업들

K바이오, 차세대 줄기세포 기술 놓고 '격돌'
에스씨엠생명과학은 iPSC 치료제를 다음 주력 사업으로 낙점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 달 새 iPSC 관련 계약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달 초 미국 바이오벤처 앨리얼에서 iPSC로 만든 당뇨병 치료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앨리얼은 피부세포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적용해 iPSC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지난달 말 또 다른 미국 벤처기업인 비타테라퓨틱스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비타테라퓨틱스는 iPSC를 이용한 근육 재생 기술을 연구 중이다.

iPSC는 기존 줄기세포의 단점을 해소해줄 차세대 치료 물질로 꼽힌다.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iPSC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유형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선 그간 성인의 몸에서 채취한 성체줄기세포가 주로 쓰였다. 하지만 이 줄기세포는 분화 능력이 떨어지고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iPSC는 추출한 체세포의 유전자를 바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다시 프로그래밍한 것이다. 윤리 문제 해결과 분화 능력 모두를 잡은 데다 무한 증식이 가능하다. 다만 안전성이 확보된 세포를 높은 수율로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iPSC 기술을 확보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강스템바이오텍도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면역거부반응을 줄인 iPSC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iPSC 개발사에 ‘러브콜’

iPSC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은 다른 바이오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지난달 툴젠과 손잡고 iPSC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양사는 툴젠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접목하면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한 iPSC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상용화 수준의 iPSC 은행을 구축 중이다. iPSC를 이용해 심근세포, 혈관세포, 간세포 등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같은 달 에피바이오텍과도 iPSC 기반 탈모 치료제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iPSC 연구 스타트업인 티에스디라이프사이언스와 테라베스트는 각각 싸이토젠과 유한양행에서 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세포치료제와 관련된 iPSC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에선 iPSC 기술을 가진 바이오 벤처가 조 단위 투자를 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iPSC 연구 기업인 미국 쇼어라인은 미국 카이트바이오파마와 2조6000억원 규모 NK세포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항암에 쓰이는 기존 세포치료제는 환자에게서 추출한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하고 이 세포를 배양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 1회 투여에 수억원이 든다. 업계에선 iPSC를 이용하면 환자 맞춤형이 아닌 범용 세포치료제를 개발해 약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페이트테라퓨틱스가 iPSC를 이용한 NK세포치료제 임상에서 최근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으면서 iPSC 기술을 가진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며 “iPSC 생산 기술이 더 진전될수록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분야 양쪽에서 iPSC를 적용한 신약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