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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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고수들은 어디에 투자할까.’ 초보 투자자라면 누구나 가져보는 궁금증이다. 다른 사람이 선택한 주식 종목뿐 아니라 저축상품, 신용카드 등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금융 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반기 마이데이터산업이 본격화하면 이런 이색 플랫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합작 핀테크회사인 핀크가 내놓은 핀크리얼리 이용자는 출시 6개월 만에 17만 명을 넘어섰다. 자신의 투자·자산 내역을 익명(40대 남성 형식)으로 공개하면서 다른 사람의 금융생활 노하우도 배우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곳에선 수익률을 잘 내거나 소비액이 많으면 소액의 리워드를 준다. 수익률이 높은 다른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조언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왕개미’의 특징은 ‘빚투(빚내서 투자)’를 멀리하고 철저한 분산 투자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투자금 상위 10위 내 투자자 가운데 보유 예·적금 이상으로 마이너스통장을 쓴 사례는 없었다. 또 10명 중 8명이 10개 이상 주식 종목에 투자했다. 핀크에 자산을 연동한 투자자의 보유 종목은 삼성전자 카카오 애플 SK하이닉스 테슬라 등의 순이었다.
"고수의 투자법 엿보자"…이색 금융SNS 뜬다

삼전·카카오·애플, 왕개미들의 '톱픽' 경차 모는 30代 교직원 주식만 11억
'핀크리얼리 가입자' 분석해보니

보유 중인 주식 평가액이 총 26억6000만원에 이르는 50대 남성 A씨의 ‘1픽’은 현대오토에버다. A씨는 현대오토에버를 7개월 이상 보유하면서 82.44%의 수익률을 냈다. 비상장 주식인 마이다스아이티는 누적 수익률 256.84%를 기록하면서 평가액이 1억9000만원으로 불어났다. 투자 수익률만큼 소비액도 만만치 않다. A씨는 이달 들어 7일까지 신용·체크카드로만 220만원을 썼는데 소비 상위 12% 수준이다. 그는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인 신한카드 더베스트플러스와 아시아나 신한카드 에어1.5를 6 대 4 비율로 쓰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12번 했고, 여행도 한 차례 다녀왔다. 이런 내역은 모두 핀테크 앱 ‘핀크리얼리’에서 A씨가 자진해 공개한 금융생활 내역이다.

“투자 내역 구경하는 재미 쏠쏠”

"고수의 투자법 엿보자"…이색 금융SNS 뜬다
이 앱에서는 ‘왕개미’가 보유한 종목은 어떤 것인지, 그들은 무슨 카드를 쓰는지, 저축은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사용자가 각자 연결한 자산(결제·저축·투자) 내역을 익명화해 서로 공유하는 서비스다. 앱 사용자가 자산 정보를 금융회사로부터 끌어오는 데 동의하면 해당 자산은 핀크에서 자동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핀크 관계자는 “이용자의 주류는 MZ세대”라며 “SNS가 일상인 MZ세대는 다양한 사람들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보며 벤치마킹하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핀크리얼리에 본인 자산을 등록한 투자자들은 7일 현재 기준으로 삼성전자 애플 카카오 테슬라 네이버 주식을 연령대와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상위 10개 보유 종목 안에 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모든 연령대에 걸쳐 부동의 1위로 나타났고, ‘국민주’로 떠오른 카카오는 30대와 40대 연령층에서 투자액 상위 2위에 자리잡았다. 애플도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에서 세 번째로 많이 가진 종목으로 나타났다.

미국 통신주인 AT&T는 상위권에 오른 ‘의외의 종목’이었다. 30대와 40대 남녀 모두 AT&T를 8~9번째로 많이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AT&T의 지난 한 해 수익률은 -7%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연 7%가량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배당주로서 AT&T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전체 이용자의 수익률을 연령별·성별로 분석한 결과, 40대 남성과 30대 여성의 수익률이 다른 계층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30대 남성은 수익률이 30.0%인 데 비해 30대 여성은 50.9%로 높았다. 40대에서는 남성의 수익률(99.3%)이 여성(19.3%)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이런 결과의 최대 변수는 카카오였다. 30대 여성과 40대 남성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카카오에 배분했다.

소비는 줄이고 주식만 꾸준히

핀크리얼리에서 활동하는 ‘영 앤 리치’ 가운데는 소비는 자린고비 수준으로 아끼면서 투자는 공격적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저축은 퇴직연금 정도만 넣고 남는 금액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입했다.

쉐보레 스파크를 모는 30대 남성 교직원 B씨는 예·적금에 1500만원을 넣어둔 반면 주식에는 11억6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중 2억7000만원은 동국제강에 넣었고 네이버(1억4000만원), 한국조선해양(1억원), 현대미포조선(9500만원) 등 23개 종목에 분산했다. B씨는 이달 들어 50만원가량을 썼는데, 외식과 쇼핑에는 10만원만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자린고비형’도 있었다. 또 다른 30대 남성 C씨는 만기지급식 외화정기예금에 21억3000만원을 묻어뒀다. C씨는 하나은행의 국내 적금과 주택청약저축 등 11건의 예·적금 상품에 9120만원을 저축했다. 이달 들어 카드 소비 내역은 아예 없었다.

40대 남성 D씨는 주식 평가액이 총 16억3000만원에 달하지만 보유 차량은 2013년식 제네시스였다. D씨는 주택청약,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 저축이 3200만원에 그쳤고 현대제철 주식을 12억5000만원어치(수익률 약 35%) 갖고 있다.

고수의 비결은 ‘분산 아니면 장투’

투자금 상위 10명의 투자자는 대부분 철저한 분산투자를 지향했다. 이들 가운데 투자 종목이 5개 미만에 그친 사람은 단 한 명, 30대 남성 E씨였다. 주식 평가액이 총 11억2000만원에 이르는 그는 7억1000만원을 동영상 소프트웨어회사인 키네마스터로 들고 있다. E씨가 키네마스터로 올린 수익률은 522.51%에 달한다. 그를 ‘고수’ 반열에 올린 비결은 장기 보유였다. 2019년 3월께 이 종목을 사들인 뒤 2년4개월 동안 팔지 않았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