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주식 휴지조각 되나…中, 자국 빅테크 해외 상장 차단 추진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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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묵인해 온 가변이익실체(VIE) 구조 본격 조사
제도화 통해 자국 기업 해외 상장 통제 나설 듯
제도화 통해 자국 기업 해외 상장 통제 나설 듯
중국 정부가 이제까지 묵인해 왔던 자국 기업의 우회적 해외 상장 경로를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되면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이 막히는 것은 물론 이미 상장한 알리바바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디디추싱에 반독점적 인수·합병(M&A)를 이유로 벌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등 빅테크에 대한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고 있다.
중국 민간 기술기업들은 해외에 상장하거나 비상장 상태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를 받을 때 이런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대부분 '가변이익실체(VIE) 구조'를 활용해 왔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가 2000년 나스닥에 상장할 때 미국 주관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함께 개발한 구조다.
VIE 구조는 크게 미국에 상장하는 해외 부문과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부문,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VIE로 구성된다. 최근 중국 당국의 반대를 거스르고 상장한 디디추싱도 이런 구조다.
디디추싱을 예로 들어 보면, 해외 부문에서 이번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디디글로벌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디디글로벌은 홍콩 투자회사인 홍콩샤오쥐를 100% 보유하고, 홍콩샤오쥐는 다시 중국 본토 VIE인 베이징디디를 100% 갖는다.
디디추싱의 국내 부문은 지주회사인 베이징샤오쥐가 산하 계열사 지분을 갖고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연결 고리인 베이징디디와 베이징샤오쥐는 지분 관계가 없다. VIE인 베이징디디와 지주회사 베이징샤오쥐 사이에는 베이징디디의 지배권을 인정하는 계약만이 존재한다.
뉴욕 상장사인 디디글로벌의 주식을 외국인들이 사더라도 중국의 디디추싱 지주회사인 베이징샤오쥐의 지분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중국의 규제를 피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VIE 구조를 중국 뿐 아니라 자국 기업들에도 인정한다. 중국 정부는 VIE를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아 왔다.
VIE와 중국 내 사업회사 간 지분관계가 없긴 하지만, 실제 소유주가 대부분 같기 때문에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1년 알리바바가 앤트그룹과의 VIE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게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비상장사였던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VIE 구조를 만들어 놨었다. 금융당국이 내린 외국인의 금융업 보유 금지 조치 때문에 외국인 지분이 들어와 있는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의 관계를 끊은 것이라고 알리바바는 해명했다.
중국은 앞으로 자본시장 관련법을 개정해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회 경로인 VIE 구조를 철폐하고 모든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현재 해외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VIE 구조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이 과정에서 기존 VIE 구조를 불법으로 판단하게 되면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VIE와 사업회사 간 계약을 탈법으로 보고 무효화하면 미국 증시 상장사와 중국 사업회사 간 관계가 끊어지면서 미국에 상장한 주식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발간한 미·중 갈등 관련 경제부문 보고서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으로 VIE가 중국 정부의 공인을 받은 적이 없다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는 250여개 중국 기업이 상장돼 있으며 합계 시가총액은 2조달러(약 2300조원)가 넘는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술기업들이 VIE 구조를 해외 상장 우회 통로 뿐 아니라 국내 반독점 심사를 피해 무분별한 확장을 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합병(M&A) 상대방과의 중간에 VIE를 설립하고 계약을 맺으면 지분 관계 없이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대형 기술기업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 VIE 중심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과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쑤닝도 각각 2건, 음식배달업체 메이퇀이 1건 걸려들었다. 최다인 알리바바에게 부과된 벌금 총액 300만위안은 기업 규모에 비해선 크지 않으나, 중국의 현행 반독점법 상 M&A 관련 벌금으로 50만위안은 사건 당 부과할 수 있는 최대 액수다. 시장감독총국은 이들이 다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고 의무를 미이행하는 등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알리바바의 2014년 헝다그룹 산하 축구단 지분 인수, 텐센트의 2011년 치타모바일 인수 등이 문제가 됐다. 당국이 수년 전 사건까지 다시 들여다본 것은 최근 빅테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 강화 기조와 관계가 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디디추싱에 반독점적 인수·합병(M&A)를 이유로 벌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등 빅테크에 대한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고 있다.
뉴욕 상장 중국기업 주식 휴지조각 되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공산당과 행정부인 국무원이 지난 6일 내놓은 해외 상장 기업 통제 방침의 세부 시행 계획의 하나로 자국 기업들의 상장 경로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외국인의 자국 기업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국유기업 등 일부에만 외국인 보유 금지 제한을 풀어 해외 상장을 허용해 왔다.중국 민간 기술기업들은 해외에 상장하거나 비상장 상태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를 받을 때 이런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대부분 '가변이익실체(VIE) 구조'를 활용해 왔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가 2000년 나스닥에 상장할 때 미국 주관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함께 개발한 구조다.
VIE 구조는 크게 미국에 상장하는 해외 부문과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부문,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VIE로 구성된다. 최근 중국 당국의 반대를 거스르고 상장한 디디추싱도 이런 구조다.
디디추싱을 예로 들어 보면, 해외 부문에서 이번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디디글로벌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디디글로벌은 홍콩 투자회사인 홍콩샤오쥐를 100% 보유하고, 홍콩샤오쥐는 다시 중국 본토 VIE인 베이징디디를 100% 갖는다.
디디추싱의 국내 부문은 지주회사인 베이징샤오쥐가 산하 계열사 지분을 갖고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연결 고리인 베이징디디와 베이징샤오쥐는 지분 관계가 없다. VIE인 베이징디디와 지주회사 베이징샤오쥐 사이에는 베이징디디의 지배권을 인정하는 계약만이 존재한다.
뉴욕 상장사인 디디글로벌의 주식을 외국인들이 사더라도 중국의 디디추싱 지주회사인 베이징샤오쥐의 지분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중국의 규제를 피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VIE 구조를 중국 뿐 아니라 자국 기업들에도 인정한다. 중국 정부는 VIE를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아 왔다.
VIE와 중국 내 사업회사 간 지분관계가 없긴 하지만, 실제 소유주가 대부분 같기 때문에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1년 알리바바가 앤트그룹과의 VIE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게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비상장사였던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VIE 구조를 만들어 놨었다. 금융당국이 내린 외국인의 금융업 보유 금지 조치 때문에 외국인 지분이 들어와 있는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의 관계를 끊은 것이라고 알리바바는 해명했다.
중국은 앞으로 자본시장 관련법을 개정해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회 경로인 VIE 구조를 철폐하고 모든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현재 해외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VIE 구조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이 과정에서 기존 VIE 구조를 불법으로 판단하게 되면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VIE와 사업회사 간 계약을 탈법으로 보고 무효화하면 미국 증시 상장사와 중국 사업회사 간 관계가 끊어지면서 미국에 상장한 주식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발간한 미·중 갈등 관련 경제부문 보고서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으로 VIE가 중국 정부의 공인을 받은 적이 없다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는 250여개 중국 기업이 상장돼 있으며 합계 시가총액은 2조달러(약 2300조원)가 넘는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술기업들이 VIE 구조를 해외 상장 우회 통로 뿐 아니라 국내 반독점 심사를 피해 무분별한 확장을 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합병(M&A) 상대방과의 중간에 VIE를 설립하고 계약을 맺으면 지분 관계 없이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대형 기술기업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 VIE 중심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계속되는 빅테크 견제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22건의 반독점 조사에서 해당 기업들에 건당 50만위안(약 8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7일 발표했다. 알리창업투자 등 알리바바그룹 산하 기업이 관련된 사안이 6건으로 가장 많다. 텐센트도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훙수와 58퉁청, 검색엔진 써우거우, 소프트웨어업체 치타모바일과 모구 등의 지분 인수와 관련된 5건이 적발됐다.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과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쑤닝도 각각 2건, 음식배달업체 메이퇀이 1건 걸려들었다. 최다인 알리바바에게 부과된 벌금 총액 300만위안은 기업 규모에 비해선 크지 않으나, 중국의 현행 반독점법 상 M&A 관련 벌금으로 50만위안은 사건 당 부과할 수 있는 최대 액수다. 시장감독총국은 이들이 다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고 의무를 미이행하는 등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알리바바의 2014년 헝다그룹 산하 축구단 지분 인수, 텐센트의 2011년 치타모바일 인수 등이 문제가 됐다. 당국이 수년 전 사건까지 다시 들여다본 것은 최근 빅테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 강화 기조와 관계가 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