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어부가 당일 잡은 바닷가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호주의 한 어부가 당일 잡은 바닷가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영국에서 바닷가재(랍스터)를 산채로 뜨거운 물에 넣어 삶는 것이 금지될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동물복지법 개정안이 영국 상원을 조만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갑각류와 연체동물의 복지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영국의 동물복지법은 척추동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바닷가재·새우 등 갑각류와 문어·오징어 등 두족류도 고등 신경계를 갖고 있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동물보호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 적용 대상을 넓히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두족류의 경우 통증을 느낄 뿐만 아니라 지능이 상당히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의회에 보냈다.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살아 있는 바닷가재나 게를 뜨거운 물에 넣거나 산 채로 배송하는 것이 금지될 전망이다. 인디펜던트는 "영국의 동물복지법 개정안은 유럽연합(EU)의 동물복지 관련 법보다 강력하다"며 "EU는 살아있는 소의 수출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동물에도 감각이 있다는 개념은 2009년 EU법에 통합됐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수의사협회(BVA)와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등이 지원하는 여러 동물보호 단체로부터 "EU법과 비슷한 수준의 법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수의사 1만8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BVA는 요리하기 전에 바닷가재를 반드시 기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바닷가재가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숨이 끊길 때까지 15분 걸린다"며 "산 채로 삶는 것은 불필요한 고문"이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윤리적인 음식 문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노르웨이에서는 양식 연어를 절단하기 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마취하고, 전기 충격을 가한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이미 바닷가재를 요리하기 전에 반드시 기절시키도록 하고 있다. 전기 충격을 주거나 망치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킨다. 바닷가재를 산채로 끓는 물에 넣으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얼음에 올려 운반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