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p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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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중국 자본의 영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인수에 대해 제동에 나섰다.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 사태가 길어지고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견제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정부가 중국 윙테크가 소유한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넥스페리아의 영국 뉴포트웨이퍼팹(NWF) 인수를 전면 조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의회에 출석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을 주문했다"며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 계열 기업에 팔리게 되면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될지 등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NWF는 웨일스 남부 뉴포트에 위치한 영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다. 자동차 반도체 외에도 5G, 안면인식기술 등에 쓰이는 복합 반도체를 제조 및 공급해왔다. 영국 유수의 대학들과 반도체 기술 연구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지난 5일 "파운드리사업 진출을 위해 NWF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두고있지만 중국 모바일 단말기 제조회사인 윙테크가 지분 100%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계 기업으로 분류된다. 최근 CNBC 보도에 따르면 윙테크 지분의 30%가량이 중국 공산당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영국 내에서는 반도체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정부가 이번 인수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수당의 전 당수인 이안 던컨 스미스는 "NWF의 매각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은 이미 2016년 자국의 반도체 팹리스업체 ARM가 일본 소프트뱅크에 팔리고, 이듬해 그래픽 칩 업체 이미지네이션테크놀로지까지 중국계 투자회사 캐니언브릿지에 매각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ARM을 미국 엔비디아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기업법에 따르면 정부는 30일 내로 자국 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를 허가할지 혹은 추후 더 면밀한 조사를 요청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올해 초에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최대 5년간 심사 후 M&A 거래를 취소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