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코로나도 겁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더 무섭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2022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코로나도 겁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더 무섭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2022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저임금을 삭감해야할 판에 올리면 어떤 기업이 살아남겠습니까. 맨손으로 공장을 키웠는데 이젠 접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염색 섬유업체들을 회원으로 둔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의 한상웅 이사장은 8일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을 넘으면 대한민국에서 제조업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인건비 비중도 매출 원가의 40%가 넘어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로나에 정상 임금 지급도 어려운데..."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 타격

이날 22개 업종별 협동조합 및 협회 대표들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여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며 현장 애로를 토로했다. 다음주 초 나올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계가 마지막으로 호소한 것이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코로나도 겁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더 무섭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2022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지난달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3.9% 올린 1만800원을 제시했다.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금형 주물 단조 도금 등 뿌리업계는 숙련공 이탈과 내국인 근로자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했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이 올려줄 수 있는 인건비는 한계가 있는 데 이를 모두 최저임금 인상에 사용하면 수십년간 기술을 갈고 닦은 숙련공들과의 임금격차가 줄어 이들이 회사를 떠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생산성과 기여도, 능력에 따라 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인데,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최저임금을)올리는 것은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며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양태석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나라 3만개 뿌리기업은 핵심 제조인력 대부분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입게 된다"며 "이들의 임금만 계속 올라 내국인 근로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 사장들이 월급을 밀리지 않으려 월급날 얼마나 조마조마해하는 지 정부가 그 심정을 아나"라며 "원자재 급등, 주52시간제 도입, 유급휴일 확대 등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라고도 했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가장 큰 피해는 中企근로자"


대부분 업종 대표들은 주52시간제와 유급휴일 확대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52시간제로 이미 일감이 절반으로 줄었고,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현재 인원을 절반으로 줄여야하는 형편"이라며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은 결과적으로 근로자들 손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있어야 근로자가 있는데, 이러한 노동규제들은 기업인을 해외로 내몰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는 순간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데 이러한 정책은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의현 이사장도 "현재 정부 정책은 한번 채용했으면 평생 책임지라는 것인데, 이 때문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껴 더이상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일을 기피하는 국가 치고 번성한 국가가 없다"며 "일한만큼 벌 수 있는 나라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연 15일에 달하는 공휴일도 유급휴일로 바뀌고, 주52시간제 확대시행으로 사실상 임금이 내년부터 크게 오른다”며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어떻게 인건비를 감당하란 얘기냐”고 지적했다. 윤영발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서비스, 유통, 카페, 편의점, 식당 등의 사장들이 그동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여파로 직원들을 안뽑고, 직접 가족들과 일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요즘 키오스크 등을 통해 무인화 비대면화가 진행되는 데다 코로나사태까지 겹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고용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계형 소상공인과 구직자 대다수 최저임금 인상 반대"


한 소상공인은 “이번주 월급날인데도 정상 월급을 지급하지 못할 것 같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계는 먹고살만한 ‘귀족노조’일뿐 생계형 소상공인과 청년구직자들은 대다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63.8%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와 같거나 낮아져야한다고 응답했다. 또 구직자 80%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전국 620만명의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가 극렬하게 반대 시위를 하고 싶어도 주52시간 근무제와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여있는 형편”이라고 하소연 했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지만 이는 대기업과 수출기업만의 얘기"라며 "중소기업의 40.2%가 '정상적인 임금지급이 어렵다'는 조사결과도 있듯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업종별 규모별 차등적용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의현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이후 업종간 양극화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해져서 경제 회복 속도도 다르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시범 지역을 선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보자"고 제안했다. 양태석 이사장도 "일본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구분 적용되는데,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