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 증인 사전면담 놓고 검찰-이재용측 신경전
계열사 부당합병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재판 전에 증인을 면담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검찰과 신경전을 펼쳤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증인과 변호인의 사전 면담은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르면 당연히 허용되는 것은 물론 금지할 경우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를 많게는 수십차례 만나 조사하고 그 결과를 조서로 제출했다"며 "변호인과 증인의 면담이 금지되면 검찰이 제출한 조서와 서류들의 의미를 확인할 기회조차 봉쇄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측 변호인도 "앞선 공판에 출석한 증인의 검찰 진술조서만 13건"이라며 "변호인이 증인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조차 하지 말라고 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반박은 검찰이 의견서를 통해 이 부회장의 변호인들이 전·현직 삼성증권 직원인 증인들을 면담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나온 것이다.

변호인이 언급한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은 각각 2002년과 2001년 나온 것으로, 형사사건 피고인이 증인에게 접근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에서 '검사든 피고인이든 공평하게 증인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가 보장해야 하며 쌍방 중 어느 한 편이 증인과 접촉을 독점하거나 상대방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허용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앞선 재판에는 승계 계획안으로 지목된 이른바 '프로젝트 G' 작성에 관여한 삼성증권 전 직원 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고, 이날도 당시 한씨의 후임자였던 현직 삼성증권 임원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씨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증인신문 전에 변호인과 이씨의 접촉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은 변호인들이 "피고인 측이 인사권을 가진 계열사 직원이라는 특이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검찰 주신문이 끝난 이후에도 시간이 있는데, 주신문 전에 접촉하면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일주일 만에 반대신문을 준비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재차 반박하며 "반대신문을 준비하면서 증인까지 만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