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많이 상장한 거래소, 은행서 '감점' 받는다
‘코인’이 많이 상장된 거래소일수록 앞으로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심사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아 영업 정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객 직업과 업종에 따라 위험도가 부여되고, 고위험군이 많이 쓸수록 '위험한 거래소'로 분류된다. 코인 하나하나에 매겨진 신용점수에 따라 고위험 코인의 거래량이 많으면 역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8일 공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개별 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하기에 앞서 자금세탁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하는 기준(업무기준)을 만들 때 참고하는 자료다. 은행들은 각자 만든 업무기준에 따라 실명입출금계좌를 내준 거래소에 대해 정기 검사에 나선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위험평가 업무는 필수요건 점검과 고유위험 평가, 통제위험 평가, 위험등급 산정, 거래여부 결정 등 5개 단계로 구분됐다. 이를 위해 은행연합회는 총 100여가지 지표를 제시했다. 은행은 검사를 통해 각 지침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을 확인하면 해당 거래소에 대한 계좌 발급을 중지할 전망이다. 거래소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요건으로 규정한 '거래소 이용자의 개인 실명 계좌'를 발급받을 수 없게 돼 사실상 영업정지와 같은 효과를 받게 된다.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해 거래소가 갖춰야할 필수요건은 당국이 요구하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요건과 비슷하다. 개인정보보호제계(ISMS) 인증 획득 여부, 고객 예치금과 고유자산의 분리 여부, 대표자 및 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 외부해킹 발생 이력 등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고유위험 평가’ 단계다. 거래소가 상장한 암호화폐 종류가 많을수록 위험한 것으로 평가돼 은행 계좌 발급에서 불리한 점수를 받게 된다. 개별 암호화폐의 신용도도 평가한다. 100점 만점으로 점수가 낮을 수록 위험한 암호화폐로 보는 방식이다. 이런 고위험 암호화폐가 많이 상장됐거나, 거래량이 많으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고객별 위험도 평가하도록 했다. 우선 자금세탁위험국가의 투자자가 많으면 위험도가 높게 평가된다. 이날 빗썸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로부터 자금세탁위험국가로 추가된 4개국 국적자에 대해 거래를 제한한 것도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업이나 업종별로도 고객 위험도를 구분하기로 했다. 개인 직업을 38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직업군에 대해 위험도를 VH·H·M·L등급으로 나눠 부여하는 방식이다. 법인 업종은 46가지로 나누고,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해 위험도를 평가한다. 고위험 업종에 종사하는 고객수가 많을수록 불이익을 받는다. 통제위험 평가 단계에서는 거래소 직원에 대해 신원확인·검증을 하도록 하는 내부감사체계 구축 여부 등을 평가지표로 들었다.
은행연합회가 판단한 개별 암호화폐의 신용점수나 직업·업종의 신용등급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상자산사업자가 공개된 평가 기준만을 선택적으로 충족하고 취약점을 숨겨 위험도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이 각자 실무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지침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어 거래소들의 이의제기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미공개 원칙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