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부터 창업 '3번 실패'
소프트뱅크·카카오서 55억 유치
4050 여성패션몰로 부활
안정적 직업이 인기인 시대에 ‘포장도로’를 박차고 굳이 ‘험로’로 나간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최희민, 홍주영 대표는 “창업으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안정적인 길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며 “안정적인 직업도 좋지만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경영대학 동기다. 첫 창업 모델은 대학생이던 2011년 경제뉴스를 모아 요약·정리해주는 사업이었다. 초심자에게 행운이 따랐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금세 10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최 대표와 홍 대표는 각각 SK텔레콤, 서울대 로스쿨이라는 진로를 택했다. 안정적인 길이었지만 곧 뛰쳐나왔다. 최 대표는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로, 홍 대표는 실리콘밸리로 날아갔다. 창업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홍 대표는 “로스쿨을 한 학기 만에 그만둔다고 했을 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응원하고 있다”며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최 대표와 다시 손잡고 사업에 또 도전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에 골몰했다. 인공토양을 이용한 온라인 화초 판매업, 데이팅 앱 등의 사업에 도전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실패가 거듭되면서 두 사람은 절치부심했다. 4050세대 공략을 타깃으로 잡고 시장조사부터 제대로 하기 위해 중장년층 300명을 일일이 인터뷰했다.
심기일전한 두 사람이 내놓은 서비스인 ‘퀸잇’은 4050 여성 전용 쇼핑 앱이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최근 인기 있는 쇼핑 앱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인 것과는 반대다. 성장하는 4050세대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카카오벤처스로부터 “더 투자하고 싶다”는 역제안을 받아 당초 목표액의 3배인 55억원을 유치했다. 최 대표는 “평소 어머니가 온라인 쇼핑을 좋아하는데 화면 글자가 너무 작다고 항상 불평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매월 거래액이 2배 넘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진로를 버리고 네 번씩이나 창업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최 대표, 홍 대표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저희는 아직 젊잖아요? 한두 번 정도는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게 대학 시절부터 꿈이었으니까요.”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