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고액 자산가)들이 공모주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삼성그룹주, 국고채 등 안전자산으로 불리던 투자처 대신 공모주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다음달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기업공개(IPO) 대어(大魚)들이 줄줄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모주펀드로 쏠리는 이유는?

'IPO 대어' 노린 고액 자산가들, 상반기 공모주펀드 쓸어담았다
8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자산을 갖고 있는 고객(약 1만3000명)들이 올 상반기 순매수한 펀드 상위 10개 가운데 총 7개가 공모주펀드로 조사됐다. 역대 가장 많은 공모주펀드가 상위권을 독식했다.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공모주 배정 혜택이 있는 관련 펀드에 슈퍼리치들의 돈이 몰려든 영향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슈퍼리치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펀드는 ‘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펀드’로 집계됐다. 채권에 투자하면서 공모주를 배정받아 수익을 내는 기존 공모주하이일드펀드에 블록딜이라는 추가 수익 구조가 더해진 펀드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하이브 주식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할 때도 기관투자가로 참여해 100억원 수준의 물량을 받았다. 기관투자가만이 블록딜에 참여할 수 있는 이점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슈퍼리치들이 몰려들었다. 2위는 블록딜을 뺀 ‘KTB공모주하이일드펀드’가 차지했다. ‘스팍스프라임공모주펀드’가 뒤를 이었다. 고액 자산가들은 1~3위 펀드에 평균 2억원 이상씩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트러스톤공모주알파펀드’(6위), ‘현대인베스트먼트공모주하이일드펀드’(7위), ‘DGB똑똑공모주알파펀드’(8위), ‘흥국공모주하이일드펀드’(9위) 등이 상위 10개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공모주펀드의 열기는 올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팜, 하이브(빅히트), 카카오게임즈,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IPO 대어들이 상장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상장을 대기 중인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가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공모주하이일드펀드의 경우 채권 6, 주식 4의 비중을 두고 있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고액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슈퍼리치는 이것도 담았다

공모주펀드를 제외하곤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공모펀드 ‘타임폴리오위드타임’(4위)에 고액 자산가의 자금이 집중됐다. 타임폴리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정보기술(IT) 업체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코어테크’(5위), 소비 회복 수혜주, 경기민감주 등을 담고 있는 ‘신한컨택트알파목표전환형’(10위)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해외 펀드 가운데선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가 삼성증권 고액 자산가들이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사들인 펀드로 올라섰다. 지난해 순위는 6위였다.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 ‘삼성픽테프리미엄브랜드’,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등도 상위 5개 펀드에 포함됐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