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가정보원장들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8일 특활비 상납으로 국고에 손실을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전직 국정원장들의 재상고심에서 남 전 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3년, 징역 3년6개월·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활비 청와대 전달책’ 역할을 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도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전직 국정원장들은 재임 시절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중 각각 6억원, 8억원, 21억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지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돈을 뇌물로 판단했지만, 1심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 뇌물은 아니다”라며 국고를 손실한 혐의 등만 인정했다. 항소심은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라고 볼 수 없어 국고손실 조항도 적용할 수 없다”며 횡령죄만 적용했다. 그 결과 남 전 원장은 징역 2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각각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며 “국고 손실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병호 전 원장 시절인 2016년 9월에 전달된 2억원은 뇌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국고손실과 일부 뇌물 혐의를 인정해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게 원심보다 늘어난 징역 3년과 징역 3년6개월·자격정지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남 전 원장에게는 원심보다 줄어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민간 기업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강요한 것과 관련해 남 전 원장이 피해자에게 위협적 언동을 하지 않았다”며 “지원 금액과 기간의 상당 부분이 국정원장에서 퇴임한 이후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재상고심에서 “환송 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피고인들의 상고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면서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과 이 전 기조실장은 다시 구속될 전망이다. 이들은 2019년 6월 구속기간이 만료돼 구속이 취소됐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