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낯설고 오해 가득한 힌두교의 '진면목'
인도 문화는 물질을 멀리하는 정신문화이고 서양 문화는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물질문화라고 유럽인들은 주장했다. 힌두교는 역사의 변화를 겪지 않은 명상과 사색의 종교로 간주되거나 카스트와 우상 숭배 등 개혁해야 할 요소들이 많은 종교로 여겨졌다. 힌두교와 인도 문화에 대한 이들의 오해는 서구 사회로 널리 퍼져 아직도 크게 수정되지 않은 채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잡고 있다.

힌두교는 인도 역사만큼이나 장구하고 광범위해서 한 가지 특징으로 묘사하기가 힘들다.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는 《힌두교사 깊이 읽기》에서 힌두교라는 종교가 무엇인지를 역사적 관점을 통해 자세히 알려준다. 서구의 오리엔탈리즘 관점 대신 역사를 통해 인도에서 왜 이런 종교가 형성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수천 년 전 인더스 문명 때부터 2000년대 극우 이데올로기인 ‘힌두뜨와’에 이르기까지 힌두교가 변화해온 모습과 성격을 인도사의 흐름에 따라 역사학적으로 분석한다.

힌두교의 ‘힌두’는 지금의 인더스강 유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19세기 초까지도 인도 내에서는 어떤 기록에서도 힌두를 종교적 의미로 쓴 적이 없었다. 식민통치를 하던 영국인들은 기독교 같은 단일 종교의 개념을 적용해 인도의 종교를 뭉뚱그려 ‘힌두교’라고 불렀다. 하지만 인도인의 종교는 신이나 절대자 중심이 아니라 그것을 믿고 따르는 자를 중심으로 집단 정체성을 확인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힌두교인지 명확히 규정하기 쉽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힌두교의 공통분모로 꼽는 것은 고대 인도의 종교 지식과 제례 규정을 담고 있는 ‘베다’이다. 베다는 기원전 1500~1200년께 최초로 편찬된 경전이다. ‘리그베다’ ‘사마베다’ ‘야주르베다’ 등 다양한 종류의 베다는 힌두 사회의 근간인 다르마(법)를 담고 있다.

리그베다에 따르면 세계 만물에는 생명의 숨이 깃들어 있었다. 폭풍우(인드라), 바람(바유), 물(바루나), 죽음(야마) 등 모든 자연물과 자연현상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자연을 지배하는 우주 만유의 힘을 ‘브라흐만’이라 했고 이를 제사에서 모시는 사람을 브라만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계급 체계인 카스트에서 최상위를 차지했다.

제사에서는 소를 희생시키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농경 정착으로 소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제사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신앙의 중심을 제사와 집단 대신 깨달음과 개인에 두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또한 카스트에 기반한 불평등 사회를 비판하는 운동도 일어났다. 오늘날의 힌두교는 베다를 기본 경전으로 삼되 반(反)제사, 탈사회, 불살생 등 다양한 전통을 포함한 종교로 진화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