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2일부터 2주간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한 9일 점심시간,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가가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이다.  /김병언 기자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2일부터 2주간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한 9일 점심시간,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가가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이다. /김병언 기자
“1년3개월 넘게 방역 대책을 잘 지켰는데, 언제까지 우리만 피해를 봐야 합니까.”

서울 불광동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9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소식을 듣고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50㎡ 남짓한 이 식당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해 3월부터 매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줄었다. 김씨는 “저녁 손님의 80%는 3인 이상이라 4단계 전환 후엔 매출이 더 줄어들 것”이라며 “직원 한 명을 더 내보내고 직접 일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내린다”고 발표하자 수도권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은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사형선고와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4단계 조치를 사실상 ‘봉쇄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직장인 회식 등으로 저녁 매출 비중이 큰 술집과 고깃집 등은 여느 업종보다 근심이 깊다. 서울 방배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오후 5시에 문을 여는데, 6시 이후 3인 이상 손님을 받지 말라는 건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성수기를 앞둔 펜션 업주들도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오는 17일에 잡힌 4인 이상 단체 예약 6건 중 4건이 취소돼 150만원을 환불해줬다”며 “여름 휴가철 매출로 1년을 먹고살아야 하는데, 타격이 크다”고 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직원 유급휴가나 임시 휴업에 나설 준비에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수도권 유흥시설은 이번 4단계 조치로 3개월 넘게 집합금지 조치가 이어지게 됐다. 유흥업계는 이달로 예정돼 있던 거리두기 개편을 앞두고 집합금지가 해제되기를 기대했다.

새 거리두기 4단계에서 룸살롱 등 일부 유흥시설은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유흥시설 5종에 별도의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서울 여의도동 유흥업소의 한 사장은 “나를 포함해 주변의 대부분 업주들이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못해 오래전에 직원들을 해고한 상태”라고 했다.

이번 4단계 조치로 전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지원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지원 필요성에 대체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지원책이 쏟아지지 않을까 우려를 제기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 ‘4단계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관련, “최소 34조원에서 40조원의 지원 규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시동 ‘코로나19 금지업종 사업자주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위험 업종으로 규정해 영업을 제한하려면, 먼저 뚜렷한 보상안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