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칸 영화제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서나 얘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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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은 2017년이 마지막
칸 영화제 측 "佛 극장 상영 규칙만 따르면 된다…대화하자"
심사위원장 맡은 스파이크 리 "영화와 스트리밍 공존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 꿋꿋하게 막을 올린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에 '넷플릭스' 로고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어디에서나 넷플릭스를 이야기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부상이 영화의 미래를 위협하느냐는 질문은 각종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 올해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올해 영화제 개막을 선포한 봉준호 감독 모두 넷플릭스를 언급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화 산업 발전에 득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에 대한 견해는 세 사람이 조금씩 달랐다.
프레모 위원장은 영화제 개막 전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다른 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에 너무 빨리 문호를 개방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일부 영화제들이 정말로 영화가 살아남기를 원하는지 완전히 확신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문을 너무 활짝 열었다"고 말했다.
2017년을 끝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볼 수 없는 칸 영화제와 달리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는 2018년 넷플릭스 영화 여러 편을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
당시 베니스 영화제 대상 격인 황금사자상이 멕시코 영화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만든 영화 '로마'에 돌아가면서 넷플릭스 영화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3년이 지나 올해 4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넷플릭스가 배급한 작품이 대거 진출했고 7개 부문에서 상을 받아 배급사 중 오스카 최다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프레모 위원장은 '맹크'(2020), '아이리시맨'(2020)과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걸작"이라 부르며 높이 평가했지만, 모두 영화계 거물에 기댄 덕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발견한 감독이 누가 있죠? 하나만 묻죠. 플랫폼이 발견한 감독의 이름을 하나만 대봐요.
아직 없습니다.
플랫폼은 영화에 몸담았던 감독만 데려가고 있어요.
"
칸 영화제는 2017년 온라인으로 배급하는 넷플릭스 영화 두 편을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가 영화 생태계를 교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극장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이듬해 프랑스 극장에 상영해야만 경쟁 부문 출품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당시 칸 영화가 초청한 넷플릭스 영화 중 하나가 봉준호 감독의 첫 경쟁 부문 진출작 '옥자'(2017)다.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도 7일 관객을 만나는 행사에서 넷플릭스 질문을 피해갈 수 없었다.
봉 감독은 스트리밍 시대가 되어가고 있지만 "극장의 위력을 당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영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리밍 역시 영화를 보는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영화관에 발을 들이면 영화가 관객을 통제하는 것과 달리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면 관객이 영화를 통제한다는 점이 감독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대목이라고 봉 감독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관은 감독이 만든 "2시간의 리듬", "하나의 시간 덩어리"를 존중해준다며 "영화를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극장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신의 영화 '옥자' 뿐만 아니라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이 어디에서도 투자를 받지 못할 때 넷플릭스가 지원했기 때문에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며 "묘하게 모순적인 상황이 있다"고 부연했다.
흑인 영화인으로서 사상 처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파이크 리 감독에게도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화 산업을 도울 것이라 보는지, 죽일 것이라고 보는지 질문이 던져졌다.
리 감독은 "한때 TV가 영화를 죽일 것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은 돌고 돈다"며 "영화와 스트리밍 플랫폼은 공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흑인 군인의 눈으로 바라본 베트남전을 그려낸 리 감독의 최신작 'Da 5 블러드'(2020)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으며 그의 첫 장편영화 '그녀는 그것 가져야만 해'(1986)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내로라하는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각기 달랐지만 그게 부정적이건, 중립적이건, 긍정적이건 모두가 넷플릭스를 이야기한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티에리 집행위원장은 4년 넘게 이어지는 논쟁은 넷플릭스가 '프랑스 극장 상영'이라는 "아주 어렵지 않은 규칙"만 따르면 해결될 문제라며 대화하자고 한다.
칸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 넷플릭스가 다시 이름을 올리는 날이 올까.
그날이 온다면 그때는 야유 없이 환영받을 수 있을까.
2017년 5월 제70회 칸 영화제의 영화 '옥자' 시사회에서는 영화 시작 전 넷플릭스 이름이 화면에 나타나자 객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었다.
/연합뉴스
칸 영화제 측 "佛 극장 상영 규칙만 따르면 된다…대화하자"
심사위원장 맡은 스파이크 리 "영화와 스트리밍 공존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 꿋꿋하게 막을 올린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에 '넷플릭스' 로고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어디에서나 넷플릭스를 이야기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부상이 영화의 미래를 위협하느냐는 질문은 각종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 올해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올해 영화제 개막을 선포한 봉준호 감독 모두 넷플릭스를 언급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화 산업 발전에 득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에 대한 견해는 세 사람이 조금씩 달랐다.
프레모 위원장은 영화제 개막 전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다른 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에 너무 빨리 문호를 개방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일부 영화제들이 정말로 영화가 살아남기를 원하는지 완전히 확신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문을 너무 활짝 열었다"고 말했다.
2017년을 끝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볼 수 없는 칸 영화제와 달리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는 2018년 넷플릭스 영화 여러 편을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
당시 베니스 영화제 대상 격인 황금사자상이 멕시코 영화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만든 영화 '로마'에 돌아가면서 넷플릭스 영화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3년이 지나 올해 4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넷플릭스가 배급한 작품이 대거 진출했고 7개 부문에서 상을 받아 배급사 중 오스카 최다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프레모 위원장은 '맹크'(2020), '아이리시맨'(2020)과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걸작"이라 부르며 높이 평가했지만, 모두 영화계 거물에 기댄 덕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발견한 감독이 누가 있죠? 하나만 묻죠. 플랫폼이 발견한 감독의 이름을 하나만 대봐요.
아직 없습니다.
플랫폼은 영화에 몸담았던 감독만 데려가고 있어요.
"
칸 영화제는 2017년 온라인으로 배급하는 넷플릭스 영화 두 편을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가 영화 생태계를 교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극장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이듬해 프랑스 극장에 상영해야만 경쟁 부문 출품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당시 칸 영화가 초청한 넷플릭스 영화 중 하나가 봉준호 감독의 첫 경쟁 부문 진출작 '옥자'(2017)다.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도 7일 관객을 만나는 행사에서 넷플릭스 질문을 피해갈 수 없었다.
봉 감독은 스트리밍 시대가 되어가고 있지만 "극장의 위력을 당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영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리밍 역시 영화를 보는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영화관에 발을 들이면 영화가 관객을 통제하는 것과 달리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면 관객이 영화를 통제한다는 점이 감독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대목이라고 봉 감독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관은 감독이 만든 "2시간의 리듬", "하나의 시간 덩어리"를 존중해준다며 "영화를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극장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신의 영화 '옥자' 뿐만 아니라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이 어디에서도 투자를 받지 못할 때 넷플릭스가 지원했기 때문에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며 "묘하게 모순적인 상황이 있다"고 부연했다.
흑인 영화인으로서 사상 처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파이크 리 감독에게도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화 산업을 도울 것이라 보는지, 죽일 것이라고 보는지 질문이 던져졌다.
리 감독은 "한때 TV가 영화를 죽일 것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은 돌고 돈다"며 "영화와 스트리밍 플랫폼은 공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흑인 군인의 눈으로 바라본 베트남전을 그려낸 리 감독의 최신작 'Da 5 블러드'(2020)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으며 그의 첫 장편영화 '그녀는 그것 가져야만 해'(1986)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내로라하는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각기 달랐지만 그게 부정적이건, 중립적이건, 긍정적이건 모두가 넷플릭스를 이야기한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티에리 집행위원장은 4년 넘게 이어지는 논쟁은 넷플릭스가 '프랑스 극장 상영'이라는 "아주 어렵지 않은 규칙"만 따르면 해결될 문제라며 대화하자고 한다.
칸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 넷플릭스가 다시 이름을 올리는 날이 올까.
그날이 온다면 그때는 야유 없이 환영받을 수 있을까.
2017년 5월 제70회 칸 영화제의 영화 '옥자' 시사회에서는 영화 시작 전 넷플릭스 이름이 화면에 나타나자 객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