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나누는 이재명과 이낙연 (사진=연합뉴스)
인사나누는 이재명과 이낙연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인 김건희 씨의 논문 표절 논란이 여권 대권 주자들의 자격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9일 김 씨의 박사 논문에 대해 "한마디로 하면 허접스럽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표절한 부분이 많고, 그나마 좀 고급스러운 논문을 표절했다면 그래도 나은데 대개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것, 또 기사를 표절했다"면서 "문장, 맞춤법, 영어 잘못 쓴 것 등 기초적인 내용조차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열린민주당은 전날 김건희씨의 지난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 등에 대한 연구 부정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국민대는 지난 7일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리고 김 씨 논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범여권을 중심으로 김 씨 논문 표절 관련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자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공식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추미애 정세균 논문표절부터 민주당에서 조치를 취하라"고 반격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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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 측 대변인은 "김건희 씨 결혼 전 논문 문제는 해당 대학교의 조사라는 정해진 절차를 통해 규명되고 그 결과에 따를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의 대선후보와 최고위원 등은 결혼하기도 한참 전인 2007년도 배우자 논문을 직접 평가하면서 ‘검증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공당이라면 배우자가 아닌 ‘이재명 정세균 추미애 등 자당 유력 대선후보들 본인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더욱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3년 석사학위 논문 관련 표절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 지사가 2005년 경원대(현 가천대) 행정대학원에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에 대해 미디어워치 산하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논문의 50∼98%가 표절로 의심된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같은 해 성남시민협회원 2명도 이 지사의 논문표절 여부를 심사해달라고 가천대에 의뢰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 지사는 "표절은 아니나 정치적 동기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다"며 석사학위를 가천대에 자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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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2016년 부산대총학생회 초청강연에서는 “중앙대를 졸업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인데 제가 어디 이름도 모르는 대학의 석사 학위가 필요하겠나?”고 말해 ‘가천대 비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천대는 연구윤리위원회 조사 절차를 진행했지만, 2016년 말 “학칙에 정한 ‘5년 시효’가 지나 부정 여부를 심사할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 지사 논문 표절 의혹은 진상 규명도, 사과도, 후속 조치도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연세대 경제학 석사논문 ‘WTO 하의 한국 농촌발전 전략 연구, 농촌 어메니티 개발을 중심으로’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국립농업과학원(당시 농업과학기술원)이 각각 2001년과 2002년에 낸 논문 등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논문에서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은 60개가량으로 이 중 상당수는 별다른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일부 단어만 동의어로 바꾸는 등 ‘복사·붙여넣기’를 기반으로 한 문장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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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 또한 논문 표절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앞서 김현아 국민의힘 전 의원은 "정세균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 복제 수준이다. 정 후보자의 2004년 박사학위 논문이 1991년 대학원의 석사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껴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논문 표절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민주당이 윤 전 총장 아내 김 씨의 표절을 문제삼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열린민주당이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권 대권주자 가운데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김 씨의 논문 의혹을 두고는 "참 입에 올리기 민망할 정도"라며 "당연히 검증돼야 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