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수위 높이고 특임 군검사 임명 등 특단대책 마련해야"
"수박 겉핥기 수사에 상심…억울함 풀기 위해 있는 힘 다할 것"

상관의 강압적인 성추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유족은 9일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보강 수사를 요구했다.

공군 李중사 유족, 중간수사발표에 "강한 유감…보강수사 요청"(종합)
이 중사의 부친 A씨는 이날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추모소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해명하는 데 그쳤고 유의미한 내용도 없었다"며 "수사가 겉핥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 화가 난다"고 말했다.

A씨와 A씨의 형은 이날 오전 국군수도병원 추모소 유족 대기실에서 국방부 발표 내용을 들었다.

유가족 측은 발표 내용에 집중하려는 취지에서 취재진과 분리된 방에서 발표 영상을 시청했다.

굳은 표정으로 대기실에서 나온 A씨는 "발표 내용을 접하는 내내 형과 한숨만 내쉬었다"며 "현재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유가족의 상심이 크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군사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국방부 조사본부장에 대한 조치가 '엄중 경고'에 끝나는 등 관련자 처벌에 대해 특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A씨는 국방부 발표 직후 연합뉴스에 보내온 '중간수사 발표에 대한 유족의 입장' 자료를 통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성폭행에 가까운 수치스러운 범죄 행위의 피해자임에도 단순 성추행 피해자로 표기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며 "새로운 사실을 일부 밝힌 부분도 있으나, 여전히 누락된 부분이 있어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보강수사를 요청하였고, 검찰단장이 수사에 추가하겠다고 약속하였으니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어 "이에 유족은 국방장관이 특임 군검사 임명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님의 약속이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여 줄 것을 요청하며, 끝까지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현 국방부의 수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어서는 안 됨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는 이날 이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현재까지 관련자 22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날 이 중사의 추모소는 36일째인 이날 오전 내내 조문객이 없이 한산했다.

영정 앞에 놓인 단상에는 이 중사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10여장과 편지들이 놓여있었다.

온라인 추모 메시지를 모아 놓은 보드판도 눈에 들어왔다.

최근 매일 아침저녁으로 추모소를 지키고 있다는 A씨는 "몇 시간씩 영정을 가만히 쳐다보며 딸이 살아있다면 국방부에 어떤 점을 되묻고 싶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한다"며 "소중한 내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앞으로도 있는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