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에 문 여는데…" 초강수 4단계에 자영업자 '패닉'
“1년 3개월 넘게 방역 대책을 잘 지켰는데, 언제까지 우리만 피해를 봐야 합니까”

서울 불광동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9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소식을 듣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50㎡ 남짓 이 식당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뒤 월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김 씨는 “저녁 손님의 80%는 3인 이상이라 매출이 더 줄어들 것”이라며 “직원 한 명을 더 내보내고 직접 일을 해야 할 지 고민된다”고 호소했다.

이날 정부가 “12일부터 2주 간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내린다”고 발표하자 수도권 내 자영업자는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사형 선고와 같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4단계 조치는 사실상 '봉쇄령'에 가까운 탓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직원 유급휴가나 임시 휴업에 나설 준비를 했다. 이번 4단계 조치로 전 자영업종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손실보상금 예산을 둘러싼 논쟁도 커질 전망이다.

"왜 우리만 희생양 삼나"

직장인 회식 등으로 저녁 매출 비중이 큰 술집과 고깃집 등은 이번 4단계 조치 소식에 어느 업종보다 고심이 깊었다. 서울 방배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오후 5시에 문을 여는데, 6시 이후 3인 이상 손님을 받지 말라는 건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양재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씨(46)는 "오후 9시 이후 매출이 전체 80%인데, 회식도 없고 두 명이서 호프집에 얼마나 오겠느냐"며 "7월부터 6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할 것처럼 말하더니 정책을 뒤바꾼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4단계 조치가 2주 넘게 지속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말에도 코로나19 확진세가 줄지 않자 거리두기 단계를 3주 단위로 수차례 연장했다. 서교동의 한 카페 점주는 “4단계 조치가 더 연장될 수 있으니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유급휴가 보내고 임시 휴업을 할지 고려 중”이라고 했다.

"손실보상 두고 논쟁 불가피"

여름 휴가철을 앞둔 펜션 업주는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통상 7~8월이 펜션업 성수기인데다 업종 특성상 3인 이상 단체 예약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다음주 토요일(17일)에 잡힌 4인 이상 단체 예약 6건 중 4건이 취소돼 150만원을 환불해줬다“며 “여름 휴가철 매출로 1년을 먹고 살아야 해 타격이 크다”고 했다.

수도권 유흥시설은 이번 4단계 조치로 3개월 넘게 집합금지 조치를 받게 됐다. 당초 유흥업계는 이달 거리두기 개편을 앞두고 집합금지 해제를 기대했다. 계획대로면 새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룸살롱 등 일부 유흥시설은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유흥시설 5종 전체에 별도로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4단계+α' 조치다. 여의도동의 유흥업소 사장 B씨(55)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업주 대부분이 월세와 관리비도 내지 못해 오래 전 직원들을 해고한 상태”라고 했다.

4단계 조치에 따른 손실보상을 두고 논쟁도 예상된다. 이번 조치로 전 자영업종의 피해가 불가피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탓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만큼 ‘선심용’ 지원책이 난무할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4단계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관련 "최소 34조원에서 40조원의 지원 규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김시동 ‘코로나19 금지업종 사업자주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위험 업종으로 규정해 영업을 제한하려면, 먼저 뚜렷한 보상안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