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노동 사각지대 '산학연계 현장실습'…사실상 근로지만 실습비 '0원'
교육부 시행령 개정…최저임금 수준 실습비 지원·보험 제공 등 포함

#1. 대전 A대학에 재학 중인 박도원(가명·20대)씨는 지난달 한 공공기관에서 대학생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실습비 지원이 없는 것을 알고도 학점을 받기 위해 실습을 신청했지만 창고 정리, 물품 불출, 외부 출장 등 노동 강도가 웬만한 근로자보다 센 것을 깨닫고는 후회했다.

#2. 여름방학 인턴십에 참가해 온 경기도 B대학 C학과 학생들은 한달간 200시간 이상 근무하고도 달랑 30만원만 현장실습비로 지급받아 왔다.

올해는 그동안 지급하던 30만원 실습비마저 사라지자 학생들이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인턴십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인턴액티브] 대학생 현장실습 규정 전면 개정…'무급 인턴' 사라질까
대학생 현장실습은 대학이 방학 기간 학생을 지역 산업체나 공공기관으로 파견해 실습시키고 학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과 기관이 학생들에게 적정 수준의 실습 지원비를 제공하지 않아 '무급 인턴' 논란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무급 인턴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최근 현장실습 관련 규정을 대폭 개정해 실효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 실습 학생·기관 현실 고려해 실습유형 이원화…재해보험도 제공
10일 대학가와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7일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을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으로 전면 개정했다.

개정된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의 가장 큰 변화는 한 가지였던 현장실습 유형을 두 가지로 구분한 점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각자 사정에 따라 직무가 부여되는 '표준형'과 실습 중심의 '자율형' 현장실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인턴액티브] 대학생 현장실습 규정 전면 개정…'무급 인턴' 사라질까
표준형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실습지원비로 받을 수 있다.

실습지원비를 제공하지 않는 기관은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실습생을 유사한 직종의 다른 실습기관에 연결해 줘야 한다.

자율형은 유급이 원칙이지만 실습기관이 무급으로 운영할 경우 종전보다 강화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학생의 활동을 통해 실습기관이 실질적, 즉각적 유익을 취해선 안 된다', '업무 체험은 반복적, 지속적이면 안 된다' 등 까다로운 요건이 명시됐다.

실습기관이 총 8개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표준형과 같은 기준으로 실습지원비를 산정해 실습생에게 지급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학생 현장실습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열정페이'였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값싼 노동력만을 찾는 기업으로부터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실습은 학생, 기업, 대학 3자 협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형을 2가지로 구분한 현장실습 학기제를 통해 각자 불만과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턴액티브] 대학생 현장실습 규정 전면 개정…'무급 인턴' 사라질까
실습생들에게 산재 및 상해 보험이 의무적으로 제공되는 점도 눈에 띈다.

그동안 실습생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위험한 노동 환경에서 실습하더라도 필요한 보험을 적용받지 못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실습기관은 의무적으로 학생들에게 산재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은 추가로 상해 보험을 제공해 보완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통해 실습 학생들에게 산재보험 가입자격을 부여했다"며 "산업현장에서 최약자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 대한 안전망을 이중으로 강화하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노무법인H 대표 노무사는 "이번 개정안은 실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청년들의 '유노동 무임금'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시행령이 실습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는지 교육부와 노동행정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더 일찍 개선했더라면"…올 하반기 이후 참가자만 적용
일부에선 시행령 개정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현장에 투입된 여름방학 실습생들은 개정된 시행령을 적용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수준 실습지원비 지급과 대학별 현장실습 운영기준 통일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업교육진행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 작년 12월 개정됐지만 관련 집행 기준을 명시한 교육부 시행령 개정에는 6개월 이상 걸렸다.

A대학 산합협력부서 관계자는 "여름방학 현장실습을 위해선 4월부터 산업체 및 공공기관 모집을 시작해야 하는데 (규정) 개정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어쩔 수 없이 기존 기준으로 현장실습을 계획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작년부터 국무조정실 규제심의위원회와 긴밀히 협의하며 꼼꼼히 개정을 준비했다"며 "법률 개정 후에도 비용 분석 및 행정연구원 예비심사 과정을 포함해 32개의 시행령 조항을 금방 만들어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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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