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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존하는 한글본 '고산구곡가', 율곡 이이가 지은 원작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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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향림 고려대 연구원, 논문 발표…"박세채가 한문 시 재번역한 것"
    "현존하는 한글본 '고산구곡가', 율곡 이이가 지은 원작 아냐"
    "고산구곡담(高山九曲潭)을 사람이 모로더니/ 주모복거(誅茅卜居)하니 벗님네 다 오신다/ 무이(武夷)를 상상(想像)하고 학주자(學朱子)를 하리라"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1536∼1584)가 지었다고 알려진 시조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의 첫 구절이다.

    고산구곡가는 퇴계 이황이 창작한 시조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과 함께 16세기에 만들어진 중요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오늘날 전하는 한글본 고산구곡가는 이이가 지은 원작이 아니며, 후대에 송시열이 이이의 원작을 한문으로 옮긴 글을 박세채가 다시 한글로 번역한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학계에 따르면 신향림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 연구원은 한국한문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한국한문학연구'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금 전하는 고산구곡가는 박세채가 송시열의 한역본(漢譯本)을 한글로 재번안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이이가 고산구곡가를 지었다는 사실은 명확하지만, 사후에 이이의 한글 원고가 사라졌고 박세채가 재번역한 시만 전승됐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원은 우선 이이와 친분이 두터웠던 이해수가 1593년 해주에서 이이를 추억하며 읊은 시에 "누가 다시 길게 구곡사(九曲詞)를 부를까"라는 문장이 있어 이이가 구곡사, 즉 고산구곡가를 지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이 제자인 김장생이 1597년 남긴 '율곡행장'부터 김집이 1654년 지은 '묘지명'(墓誌銘)까지 이이와 관련된 여러 문헌에 고산구곡가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이가 고산구곡가를 지었다는 기록은 송시열이 주관해 1665년 간행한 '율곡연보'에 처음 나타난다.

    이후 송시열은 박세채에게 율곡연보 검토를 맡겼고, 박세채 손을 거친 새로운 연보에 "한글로 고산구곡가를 지었다"는 기록이 추가됐다.

    신 연구원은 "박세채가 '율곡집' 증보 필요성을 느껴 1682년 '율곡선생외집'을 간행했고, 여기에 송시열의 한역본이 실렸다"며 율곡선생외집은 언문이 아닌 한문이지만 고산구곡가를 수록한 최초의 문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송시열은 어떻게 고산구곡가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일까.

    신 연구원은 "김집의 첩이자 이이의 서녀(庶女, 첩이 낳은 딸)인 여성이 가지고 있던 한글본 고산구곡가를 송시열이 스승 김집의 명으로 한역했고, 20∼30년 뒤 한글본은 사라진 것 같다"고 추론했다.

    이어 박세채는 한문 고산구곡가를 1681년 재번역한 한글본을 송시열에게 보내면서 수정을 요청했는데, 이때 송시열이 한글 원본 고산구곡가의 소재를 알고 있었다면 율곡집에 수록하도록 내놓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송시열이 1688년 편지에서 "오래전부터 한글본 고산구곡가를 소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신 연구원은 송시열이 거짓을 말했다고 판단했다.

    송시열 본인이 옮긴 한역본이 원작에 충실하다고 판단했기에 박세채의 한글본을 원작으로 둔갑시켜 공개했다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또 오늘날 알려진 고산구곡가는 언어학적 관점에서도 한문을 한글로 옮긴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본이 존재해 원본임이 확실하다고 알려진 이황의 도산십이곡과 현재 전하는 고산구곡가를 비교해 "고산구곡가는 도산십이곡처럼 듣는 이를 의식한 구어투 표현이나 다양한 종결어미가 보이지 않고, 시조에서 잘 쓰이지 않는 '∼(로)다' 같은 종결어미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산구곡가는 대부분의 어구가 한시의 직역에 가깝다"며 여러 정황상 현전하는 고산구곡가는 원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매듭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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