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노조 멈춰세운 법원 “구조조정 반대 목적 파업 안돼”
올 4월부터 이어진 르노삼성차노조의 구조조정 저지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므로 노조는 사업정 점거를 멈춰야 한다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진혁)는 르노삼성차 주식회사가 노조와 간부들을 상대로 낸 “구조조정 반대를 목적으로 영업시간 중 사업장을 점거하고 앰프로 소음을 일으키거나 임원을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지난 9일 인용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현수막을 제거하고 사업장에서 철수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가 법원의 금지명령을 위반한 경우 하루 1000만원씩 르노삼성차에 지급하게 해달라는 간접강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파업의 정당성이 없고, 해당 노조가 1년간 단체협약을 맺지 않아 교섭대표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파업은 정당성이 없다는 게 법원의 논리다. 재판부는 “구조조정은 경영자가 내리는 고도의 결단이므로 이를 반대하기 위한 파업은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이 파업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쟁의행위는 고용안정이 목적이므로 정당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노조는 지난 1월 회사가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고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하자 4월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은 창원, 인천 사업소를 허가 없이 점거해 현수막을 설치하고 앰프로 노동가를 틀었다.

또 르노삼성차노조가 지난 1년간 단체협약을 맺지 못해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것도 판단의 주요한 근거였다. 르노삼성차노조는 지난해 5월 교섭대표 노조가 됐지만 회사와 갈등을 빚으며 1년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노동조합법 시행령 14조의 10 제3항에는 ‘교섭대표 노조가 1년간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노조도 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이 상황에서 소수노조인 새미래노동조합이 회사에 교섭을 요구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시됐기 때문에, 기존 교섭대표 노조는 그 지위를 상실한다”고 판단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파업을 주도할 자격이 없다는 애기다.

이번 가처분결정은 이 시행령 조문의 해석과 관련해 나온 최초의 법원 결정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공장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르노삼성차가 시간을 벌었다"면서도 "새롭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하더라도 이미 압도적인 다수노조 지위를 차지하는 르노삼성차노조가 다시 교섭대표 노조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하지도 않고 파업에 들어간 대표 노조에 대해 소수노조나 비조합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정황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용문 법무법인 덴톤스리 변호사는 “법원 결정대로라면 교섭대표 노조가 자동으로 자격을 상실하게 되고 새로 교섭대표를 뽑을 때까지 교섭대표 노조가 공백상태”라며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는 해석이므로 참고하려면 주의를 요한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