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업계가 지난 1년여간의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 복귀를 서두르고 있지만 매체별로 복귀 속도와 형태에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고 CN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굳이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기사를 작성하는 데 별문제가 없다는 점이 입증된 상황에서 사무실 복귀를 강요할 경우 내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경영진의 고민이다.

직장 복귀를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매체는 세계 12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블룸버그통신이다. 이 회사는 수백만달러를 들여 각 사무실에 투명 벽을 설치했다. 또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가급적 빨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라”고 강력 권고했다. 이는 월가 금융권과 일치하는 조치다. 고객과의 대면 접촉이 많은 월가에선 조건없는 사무실 복귀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기사 생산보다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수익 대부분을 낸다.

이에 비해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당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NYT는 12일부터 단계적인 출근 재개에 나서지만 전체 직원의 사무실 복귀는 오는 9월 본격화할 방침이다. 또 ‘사무실 근무 3일, 원격 근무 2일’을 기본 근무 형태로 도입하기로 했다. 5일 내내 회사로 출근해도 되지만 재택근무로만 채울 순 없다. FT도 비슷한 방식의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USA투데이는 다른 미디어보다 다소 늦은 10월부터 사무실 복귀를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 내 300개 사무실 중 200곳에선 이미 직원 출입을 허용했다. 이 매체 역시 유연한 근무 체제를 개발 중이다. 미 최대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확정하지 않았다.

복스 그룹나인 등 온라인 미디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채택해왔다. 복스는 9월부터 사무실 근무 인력을 조금씩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소프트웨어 업체 클락와이즈의 맷 마틴 창업자는 “지식근로자들이 100%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닉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특정 요일에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또는 재택근무의 다양한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디어 기업 차터의 케빈 딜레이니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경영진은 직원들이 몇 시간 일하느냐보다 어떤 결과를 보여주느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